"왜 말단만 사표"…원전 '乙의 반란'
정부가 원전 비리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조사 대상인 공기업의 상임감사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공기업이 감독기관인 정부에 반기를 든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김장수 한국전력기술 상임감사(사진)는 17일 오후 ‘부당행위에 대한 상임감사의 입장’이라는 개인 명의의 보도자료를 뿌리고 원전 비리의 근본 원인이 정부 정책 실패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전 비리 파문의 최종 책임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있으며, 감사원에 산업부 감사를 공식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한전기술은 신고리 1~4호기와 신월성 1, 2호기에 납품된 불량 제어 케이블을 최종 감수·감리한 공기업이다. JS전선이 납품한 제어 케이블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새한티이피가 위조했고, 한전기술은 위조 시험성적서를 감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한전기술 1급 이상 임직원들은 ‘자발적’이라는 형식으로 전원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김 감사는 이에 대해 “정부 부처가 유신 시대나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볼 수 있었던 단체기합처럼 관련 직원들을 범법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1급 이상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사표 제출을 강요하는 구시대적 작태는 정상적인 법치주의 정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말씀하신 대로 원전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 구조적 원인이 있는 문제”라며 “비리가 단순히 몇몇 개인의 우발적인 사욕 추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면 이를 관할해온 산업부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감사는 이어 “힘 없고 약한 기관과 직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제까지 ‘슈퍼 갑’으로 군림했던 산업부와 힘센 기관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일이 또다시 재연돼서는 안 된다”며 “한전기술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회사와 직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손상시킨 산업부의 한진현 차관 및 이하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정식으로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여론조사팀장을 지낸 뒤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일했으며 2011년 3월 이후 한전기술 감사로 재직 중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