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발발 63주년을 맞아 참전용사의 고단한 삶이 조명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충북 청원군 오송읍에 사는 김상래 씨(85)는 6.25 발발 당시 사단장 표창을 받을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군생활에 임했다. 1957년 중위로 전역한 김 씨는 먹고 살 걱정에 강원도 석탄 공장에서 밤낮 없이 일했지만 갑작스런 아들의 치매증세로 형편이 더욱 어려워졌다.

김 씨는 현재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에 참여해 하루 3시간씩 쓰레기를 줍고 있다. 한 달에 버는 돈은 20만 원이다. 참전 명예 수당 12만 원을 합쳐봐야 3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국전쟁 63주년을 앞두고 참전용사인 그에게 ‘훈장 수여식’ 등 몇 개의 초청장이 전해졌지만 그는 일회성 기념식이 달갑지 않다.

김 씨는 "꼭 남의 집 잔치에 불려 다니는 것 같아. 일 년에 한 번씩 요란을 떤다고 뭐가 달라지나. 내일이면 다시 잊혀질 텐데…”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이 참전수급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참전 유공자인 방모 씨(83)는 무공수당 15만 원을 포기했다. 보훈 급여와 무공 영예 수당을 동시에 받을 수 없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 방 씨는 강남 일대에서 하루 8시간씩 스티커 1000장을 붙이고 일당 3만 원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기초생활 보호대상자인 최모 씨(86)는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딸과 백내장을 앓고 있는 아내의 병수발을 도맡아 하고 있다. 최 씨는 “약값을 벌려고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를 찾았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며 “장애인은 버스라도 무료인데 참전 유공자에겐 그런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정부가 주는 6.25 참전 명예수당은 월 12만 원이다. 무공훈장 수훈자가 받는 무공영예수당은 15만 원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소득으로 인정돼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끔찍한 생활고를 겪는 참전용사들 대부분이 평균 80세 이상 고령이다.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힘든 생활에서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

참전용사들 중에는 신체상이로 자립과 자활 능력을 상실한 경우도 많아 젊은 시절부터 제대로 된 직장에서 근무해 본 경우가 적다. 장기적인 경제난으로 자녀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해 자식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적 어려움과 신체상이로 인해 결혼생활 자체를 시작하지 못하고 독거노인으로 외로운 여생을 보내는 유공자도 부지기수다.

참전용사의 어려운 상황은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누리꾼은 “참전용사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지. 나라 위해 목숨 받쳤더니 제대로 된 지원 하나 못 받는 게 말이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신 분들은 당연히 그에 대한 보답을 드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인생을 나라를 위해 바쳤는데 혜택이 고작 12만 원 밖에 안 되다니” “진짜 열 받는다”, “누가 이러는데 나라를 위해 목숨 받치겠냐” 등의 반응이 있었다. 한경닷컴 채상우 인턴기자 minette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