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모든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25일(현지시간) 내놨다. 친환경 에너지업계와 환경론자들은 환영했지만 제조업체는 전기요금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발했다. 공화당도 “일자리를 죽이고 경제를 망치는 일”이라며 비난했다.

오바마가 이날 워싱턴의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내놓은 기후변화 대응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온실가스 규제,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글로벌 리더십 발휘 등이다. 이 가운데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 행정명령을 통해 시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발전소는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오바마는 “발전소가 무한정으로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아버지로서, 미국 시민으로서 말하건대 우리는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 환경보호청은 몇 달 내로 새로 짓는 발전소와 기존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또 캐나다 앨버타의 원유를 텍사스주로 수송하는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사업(총연장 2736㎞)도 온실가스 추가 배출이 없어야 승인하겠다고 말했다.

미 연방정부가 발전소의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규제가 시행되면 석탄화력발전소의 3분의 1가량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토머스 깁슨 미국 철강협회장은 “전기요금이 올라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의 규제는 발전업계를 죽이고 일자리를 잃게 하며 전기요금을 인상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원자력과 천연가스 부문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오바마의 이번 연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온실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냉장고 냉매로 사용)의 생산 및 소비를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합의한 지 2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차원에서 공동의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