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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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회장으로서 내 소명은 딱 두 가지다. 건전성 강화와 시너지 창출만 확실히 하겠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54·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 지난 25일 가진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금융회사가 지켜야 할 첫 번째 가치는 건전성”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은 특히 경제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2주 만인 이날 처음으로 현장방문 차 경기영업본부를 다녀온 임 회장은 “한 달에 두 번 이상 현장을 찾을 생각”이라며 “서로 가기 싫어하는 지방 중소도시까지 다니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현장에 답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지내고 지난 11일 농협금융 회장에 취임했다.

▷취임한 지 2주 됐다. 느낀 점은.

“2주 동안 7개 계열사를 모두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았다. 직접 가서 봐야 확실히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은 경기영업본부를 찾았다. 영업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니 개선점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영업은 현장에서 이뤄진다. 보고 라인을 통해 올라오는 현장 얘기에는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분명 잘못 전달되는 부분이 있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현장에 갈 생각이다. 수도권뿐 아니라 서로 안 가려고 하는 지역에 많이 가보겠다.”

▷현장에서 본 농협의 문제점은.

“인사다. 농협금융에는 1만6000명이나 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숨은 인재가 많다. 그러나 그런 인재를 걸러내는 과정이 너무 길고 복잡하다. 그 과정에서 정실 인사의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본부까지 유능한 인재가 전달된다는 보장이 없다. 현장에서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데 힘쓰겠다.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직접 현장에 가서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 인재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성과 보상체계를 개선하겠다.”

▷자회사 CEO를 교체할 것인지.

“나는 다른 금융지주 회장과 달리 해당 조직에 몸을 담지 않았던 CEO다. 현재 계열사 사장들의 역량이 나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다. 당분간은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잘 한번 해보겠다. 그러나 여기 계신 분들의 경영 철학이 나의 생각과 부합하는지 확인해 볼 것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 농협금융에 대한 자신이 생기면 인사 조치를 하겠다.”

▷30여년 공직에만 있어 경험이 부족할 텐데.

“공무원하다가 민간에 와서 잘할 수 있을까라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농협금융은 공공성과 상업성을 모두 추구해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조화롭게 운영하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또 외부에서 왔기 때문에 오히려 강점이 있다. 내부 사람은 타성에 젖기 마련이다.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다소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다. 외부인이기 때문에 더 혁신할 수 있다.”

▷재임 중 가장 역점을 둘 분야는.

“딱 두 가지만 하면 CEO로서 내가 할 일은 다한다고 생각한다. 건전성 강화와 시너지 창출이 임기 중 소명이다. 오랜 공직생활 동안 부실 기업이나 금융회사에 대한 구조조정 업무를 많이 했다. 1980년대 후반 사무관 때 부실 기업 정리를 했고, 외환위기 때는 담당 과장(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이었다. 또 금융위기 때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냈다. 건전하지 않은 회사가 어떤 말로를 겪게 되는지 누구보다 많이 봤다. 금융회사는 외형이나 수익성보다 건전성을 최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여·수신 운용 전략도 모두 건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기준으로 짤 계획이다.”

▷덩치는 크지만 다른 금융그룹에 밀린다는 평가가 많은데.

“그래서 시너지를 얘기한 것이다. 솔직히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는 앞서 나가 있는 다른 금융그룹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선 금융지주에 배우겠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그룹이 갖지 못한 무기가 있다. 바로 경제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가능성이다. 마트 등 경제사업 분야 현장에도 가서 연계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것이다.”

▷중앙회와 갈등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농협은 태생적으로 농민을 위한 조직이다. 농협금융의 경영 목표에도 그 부분이 반드시 반영된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100% 단독 대주주다. 기업의 목표 중 하나가 주주 이익 극대화 아닌가. 그런 점에서 농협중앙회의 권한과 역할을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 2주간 지내 보니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농협금융을 돕기 위해 애를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현재까지 중앙회와의 관계에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소통을 통해 중앙회와 의견을 절충하겠다.

”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