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시아나기 탑승객 50여명 구한 벤저민 레비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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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사고 현장서 50명 구한 벤저민 레비 인터뷰
“깊이 생각할 겨를은 없었습니다. 출구 쪽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 사고 현장에서 50여명의 탑승객 탈출을 도운 ‘영웅’ 벤저민 레비(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불길이 없었지만 최대한 빨리 많은 승객을 빼내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움직였다”며 “열성적인 한 여성 승무원과 함께 승객 탈출을 도왔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레비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창업보육기업 부트스트랩랩스(BootstrapLabs)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레비는 지난달 말 국내 스타트업(창업기업)과 교류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가족은 지난 1일 먼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레비는 실리콘밸리로 혼자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레비는 사고의 첫 기억으로 “평소보다 고도가 빨리 낮아지고, 공항 옆 바다와 활주로가 평소보다 너무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직후 비행기가 위로 올라가려고 가속을 했다”며 “뒷부분에 첫 번째 충격이 온 것은 그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 그때 비행기 꼬리가 충돌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첫 번째 충격 직후 엄청나게 심한 두 번째 충격이 왔다. 레비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첫 충격에서 두 번째 충격까지 5초 정도 시간이 걸린 것 같다”며 “엄청난 충격에 기내는 아수라장이 됐다”고 했다. 가방이 쏟아지고 산소 마스크가 내려왔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다고 했다. 그는 “곁에 앉았던 사람은 머리에서 피가 너무 많이 흘러 기내 담요로 지압을 했다”며 “한 중국인 할머니는 목이 꺾여 심하게 다쳤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병원에서 보니 깁스를 했더라”고 말했다.
출구 바로 옆에 앉아 있던 그는 갈비뼈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최대한 빨리 승객을 빼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레비는 “착륙하기 전에 내보내는 일반적인 안내 방송 외에 사고 관련 기내 방송은 없었다”며 “모두가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한 여성 승무원과 함께 두세 번 기내에 들락거리며 승객을 탈출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거의 부상을 입지 않은 어떤 사람은 가방을 찾기 위해 기내로 다시 들어오기도 했다”며 “‘당신 가방이 문제냐, 빨리 나가야 한다’는 말을 하며 바깥으로 내몰았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아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레비는 “모두 탈출하는 데 몇 분 걸리지 않았다”며 “모든 승객이 밖으로 나오고 사람들을 이송하기 위해 앰뷸런스가 도착했을 때 비행기에서 폭음이 들리며 폭발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와 관련, 탑승객 유진 앤서니 나는 “한 여자 승무원이 비행기 통로를 통해 부상당한 승객들을 옮기느라 동분서주하는 것을 봤다”며 “그는 영웅이었다”고 극찬했다. 트위터에서도 사고기 승무원들의 노고와 활약에 감사를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레비는 평소 한국 스타트업을 비롯해 동남아 지역 벤처기업 활성화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지난달 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설립한 디캠프에서 국내 벤처기업 창업자들을 일일이 멘토링하기도 한 레비는 “진통제를 먹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라며 “나는 물론이고 가족들도 많이 놀란 상태지만 꾸준히 한국을 방문해 스타트업과 교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 사고 현장에서 50여명의 탑승객 탈출을 도운 ‘영웅’ 벤저민 레비(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불길이 없었지만 최대한 빨리 많은 승객을 빼내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움직였다”며 “열성적인 한 여성 승무원과 함께 승객 탈출을 도왔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레비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창업보육기업 부트스트랩랩스(BootstrapLabs)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레비는 지난달 말 국내 스타트업(창업기업)과 교류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가족은 지난 1일 먼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레비는 실리콘밸리로 혼자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레비는 사고의 첫 기억으로 “평소보다 고도가 빨리 낮아지고, 공항 옆 바다와 활주로가 평소보다 너무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직후 비행기가 위로 올라가려고 가속을 했다”며 “뒷부분에 첫 번째 충격이 온 것은 그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 그때 비행기 꼬리가 충돌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첫 번째 충격 직후 엄청나게 심한 두 번째 충격이 왔다. 레비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첫 충격에서 두 번째 충격까지 5초 정도 시간이 걸린 것 같다”며 “엄청난 충격에 기내는 아수라장이 됐다”고 했다. 가방이 쏟아지고 산소 마스크가 내려왔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다고 했다. 그는 “곁에 앉았던 사람은 머리에서 피가 너무 많이 흘러 기내 담요로 지압을 했다”며 “한 중국인 할머니는 목이 꺾여 심하게 다쳤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병원에서 보니 깁스를 했더라”고 말했다.
출구 바로 옆에 앉아 있던 그는 갈비뼈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최대한 빨리 승객을 빼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레비는 “착륙하기 전에 내보내는 일반적인 안내 방송 외에 사고 관련 기내 방송은 없었다”며 “모두가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한 여성 승무원과 함께 두세 번 기내에 들락거리며 승객을 탈출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거의 부상을 입지 않은 어떤 사람은 가방을 찾기 위해 기내로 다시 들어오기도 했다”며 “‘당신 가방이 문제냐, 빨리 나가야 한다’는 말을 하며 바깥으로 내몰았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아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레비는 “모두 탈출하는 데 몇 분 걸리지 않았다”며 “모든 승객이 밖으로 나오고 사람들을 이송하기 위해 앰뷸런스가 도착했을 때 비행기에서 폭음이 들리며 폭발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와 관련, 탑승객 유진 앤서니 나는 “한 여자 승무원이 비행기 통로를 통해 부상당한 승객들을 옮기느라 동분서주하는 것을 봤다”며 “그는 영웅이었다”고 극찬했다. 트위터에서도 사고기 승무원들의 노고와 활약에 감사를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레비는 평소 한국 스타트업을 비롯해 동남아 지역 벤처기업 활성화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지난달 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설립한 디캠프에서 국내 벤처기업 창업자들을 일일이 멘토링하기도 한 레비는 “진통제를 먹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라며 “나는 물론이고 가족들도 많이 놀란 상태지만 꾸준히 한국을 방문해 스타트업과 교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