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美공항서 착륙 사고] 착륙 순간 꼬리날개 부딪히며 '쾅, 쾅'…순식간에 화염 휩싸여
승객 291명과 승무원 16명을 태운 아시아나 항공기 214편은 인천공항을 떠난 지 10여시간 만인 6일 오전 11시20분께(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접근했다. 고도를 낮춰 활주로에 착륙하기 직전 비행기 꼬리 날개 부분이 활주로 입구에 설치된 방파제에 부딪힌 것으로 추정된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바다와 접하고 있어 활주로와 바다 사이를 방파제가 막고 있다.

공항에서 사고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비행기가 다른 비행기보다 너무 낮게 활주로로 진입하면서 방파제에 부닥쳤다”고 전했다.

충돌 순간 비행기 꼬리 날개가 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불길이 치솟았다. 기체는 순간 위아래로 심하게 요동쳤다. 1~2초 뒤 랜딩 기어가 활주로와 충돌하면서 산산조각 났다. 바퀴 없는 비행기 동체는 빠른 속도로 활주로에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동체착륙’을 하게 된 비행기는 약 600m가량 활주로를 미끄러졌다. 기체는 중심을 잃고 옆으로 회전하면서 활주로 밖의 풀밭으로 밀려났다. 오른쪽 날개에 달린 엔진도 떨어져 나갔다. 오전 11시22분27초. 동체가 멈춘 뒤 기장은 관제탑과 긴급 교신을 주고받았다. “비상상황이다. 응급차를 보내달라.”(조종사 추정) “응급차량 준비됐다.”(관제탑) 약 1분간 이런 교신이 오갔다. 기내 곳곳에는 흰 연기가 올라왔다. 비상 탈출 슬라이드가 펼쳐졌다. 불길은 점점 세지고 흰 연기는 검은 연기로 바뀌고 있었다. 그러나 탑승객들은 승무원들의 신속한 대피 안내를 받고 슬라이드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부상을 입지 않은 승객들은 자신의 가방을 갖고 빠져 나오기도 했다. 승객 탈출이 마무리될 무렵 기내 화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동체가 거의 소진됐다.

CNN은 300명 이상이 탑승했던 사고기의 충돌 당시와 이후 화재 규모를 감안할 때 사상자 수가 놀라울 만큼 적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승무원들이 침착하게 승객들 전원을 탈출하도록 했다면서 ‘진정한 영웅’이라는 칭찬이 나오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은 사고 직후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비행 이착륙을 전면 금지시켰다. 사고 현장 수습과 함께 테러 위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연방수사국(FBI)은 초기 사고조사를 한 결과 테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오후 6시28분 활주로 2개를 정상화시켰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