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집 화염병 투척범 잡은…'걸음걸이 기법' 증거 첫 인정
‘걸음걸이 기법(gait analysis)’을 활용한 경찰의 폐쇄회로TV(CCTV) 분석 자료가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돼 피의자가 구속된 첫 사례가 나왔다. 걸음걸이 기법이란 사람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분석해 건강 상태는 물론 나이, 키, 몸무게, 걷는 속도 등을 규정하는 수사 기법이다.

▶본지 6월1일자 B2면 참조

전휴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8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자택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현주 건조물 방화미수)를 받고 있는 회사원 임모씨(36)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씨는 5월5일 오전 6시20분께 서울 남현동 원 전 원장의 자택 마당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같은 달 17일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사건 현장과 이동 경로의 CCTV를 토대로 다음날 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각당했다. 경찰은 고심 끝에 학술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영국 런던메디컬센터(LMC) 족병학과 의사이자 걸음걸이 기법의 세계적 권위자 헤이든 켈리 박사에게 CCTV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중 첫 번째 화면에는 범행 현장이 포착됐지만 얼굴은 잡히지 않았다. 용의자의 이동 경로를 고려해 확보한 두 번째 화면에는 임씨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겼지만 화질이 선명하지 않았다.

3회에 걸쳐 해당 CCTV를 분석한 켈리 박사는 “두 화면 속 등장인물 모두 한쪽 다리가 옆으로 벌어진 채 걷는 등 걸음걸이가 비슷해 동일인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켈리 박사의 의견서에 그동안 추가로 확보한 또 다른 CCTV 영상 등을 첨부, 지난 5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해 “보강된 증거에 의해 범죄 사실이 소명된다”는 법원의 판단을 이끌어냈다.

최용석 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향후 국내 기술로 걸음걸이 기법을 활용하기 위해 윤영필 대전우리병원장 등 족병학 권위자들과 접촉 중”이라며 “용의자의 지인이 아니라 제3자인 전문가들이 분석해야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