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정우현 MPK그룹 회장(65)이 태어난 곳은 경남 하동군 고전면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등잔불 켜고 밤을 맞이해야 하는 깡촌’이었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쇠죽 끓이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땔감을 구하러 뒷산을 헤매고, 뙤약볕 아래서 밭을 매야 했죠. 놀고 싶기도 하고, 일만 하는 게 짜증이 났지만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어머니 말씀 때문에 농땡이도 못 피웠어요.”

지난 10일 저녁 한경과 ‘맛있는 만남’을 위해 서울 방배동 미스터피자 사옥(미피하우스) 2층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미피레또’에서 만난 정 회장은 어린 시절의 농삿일을 시작으로 세 시간 동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먹으려면 주어진 일을 제대로 완수하라’던 어머니의 말씀은 그의 삶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쳤다. “뭘 하든 제대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게 본능처럼 마음 속에 새겨졌다고 한다.

○“나는 ‘꾼’이다”

[한경과 맛있는 만남] 정우현 MPK그룹 회장 "내 꿈은 피자로 세계 1등 하는 것…'꾼' 으로 살고 싶어요"
미피레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그런데 메뉴판에 난데없는 삼겹살찜이 적혀 있었다. “한국음식도 판다니 너무 짬뽕 메뉴 아니냐”고 슬쩍 시비(?)를 걸자 그는 정색을 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피자나 스테이크만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자꾸 새로운 것에 도전해봐야 발전이 있는 것처럼 동서양의 음식에서도 조화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게 창조경영”이라고 웃었다. 맨 처음 나온 메뉴인 삼겹살찜과 메로구이, 그리고 뉴질랜드산 화이트 와인이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작년 2월 펴낸 그의 자서전이 화제에 올랐다. ‘나는 꾼이다’라는 책이다. 최근에는 ‘워스장런(我是匠人)’이란 제목으로 중국어 번역판까지 나왔다. ‘꾼’은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꾼은 최고이고, 프로 중의 프로죠.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꾼’이 되어야 합니다.”

그는 ‘꾼’으로 살아왔다고 회고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농사꾼이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0년간은 싸움꾼이었다. ROTC 장교 시절에는 술꾼, 노래꾼, 승부꾼으로 유명했다. “싸움이든 뭐든 열심히 했으니 분명히 꾼이었죠.” 제대로 장사꾼이 된 것은 군대를 제대하고 난 다음이었다. 15년 동안 동대문에서 장사꾼으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피자꾼’으로 변신했다. 장사에 눈을 뜬 것은 1974년 장인이 경영하던 섬유 도매업체 천일상사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사위의 일 솜씨에 반한 장인은 아예 회사를 그에게 맡겨 버렸다. 정 회장은 15년간 연 매출 100억원대 회사로 키워냈다.

“천일상사를 맡은 뒤 맨 처음 한 일은 가게 한가운데 벽에 ‘퇴직금 지급 점포’라고 쓴 액자를 내건 일이었어요.” 지금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1970년대 재래시장의 가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사건’으로 여겨졌다. “동대문시장이 뒤집어졌다”며 그는 웃었다. 사장이 점원을 믿지 못해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던 때였는데, “점원들더러 ‘당신들이 주인이다’고 하니 모두 어리둥절해 하던 모습이 선하다”고 했다.

월급을 제때 주는 상점도 드문 때였지만 그는 날짜에 맞춰 보너스까지 지급했다. 거래처와의 관계도 ‘신용’으로 다졌다. 돈은 받아야 할 사람이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내줬다. 받아야 할 돈은 상대방의 처지를 고려해 최대한 인내했다. 정 회장은 “‘작은 장사꾼은 돈을 벌지만 큰 장사꾼은 길을 튼다’는 거상(巨商)들의 가르침을 실천하려 노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피자와의 운명적 만남

그는 1989년 일본에서 미스터피자를 접했다. “높은 비용 때문에 섬유업을 더 이상 하기 어렵다고 보고 외국을 드나들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던 때”였다. “당시 돈은 원없이 만져봤는데, 어느날 접대한답시고 카바레까지 쫓아와 있는 나를 보고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재고를 떠안고 외상 거래를 해야 하는 것도 늘 마음 한 구석을 불안하게 했다.

그는 재일동포 3세 호소카와 요시키 미스터피자재팬 사장을 찾아가 한국 영업권을 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피자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말미를 달라. 결심이 설 때까지 다른 후보자와는 상담을 보류해 달라.” 1년 뒤인 1990년 9월12일 이화여대 앞에 미스터피자 1호점을 열었다. 2008년 제주 서귀포에 350호점을 내면서 국내 피자시장 1위 브랜드에 올라섰다. 2010년 9월 1호점을 낸 지 20년 만에 일본 상표권까지 얻으며 ‘원조’를 삼켜 버렸다. 지금은 국내외에서 48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초엔 중국 상하이 한복판에 매장을 냈다. 5년 안에 중국에서만 1000개의 매장을 낼 계획이다.

두 번째 메뉴로 나온 토마토 파스타를 일일이 개인 접시에 덜어주는 정 회장에게 “사업이 이렇게 번창할 수 있었던 요인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300% 법칙과 3대 원칙을 지킨 게 원동력”이라고 답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얼리지 않은 생도우(빵)를 직접 손으로 반죽하고, 공중에서 회전시켜 피자빵을 만듭니다. ‘100% 수타 도우’라는 말이죠. 그 다음 토핑을 모 심듯이 손으로 직접 얹습니다. 이걸 ‘100% 수제 토핑’이라고 부릅니다.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기름을 전혀 쓰지 않고 석쇠에 굽습니다. ‘100% 스크린 구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게 300% 원칙입니다.”

세계 제일의 맛, 진심어린 서비스, 그리고 내집처럼 편안한 매장이라는 3대 원칙도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요소다. “매장에 가면 가장 먼저 화장실 문을 열어보는데 지저분하면 문을 걸고 제가 직접 청소합니다. 고객을 진심으로 모신다면 지저분한 화장실을 내버려둬선 안 되는 거잖습니까.”

○‘신발을 정리하자’는 사훈

저녁 식사 마지막 코스인 럭셔리 피자를 한 조각씩 나누며 사옥에 들어설 때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복도 곳곳에 걸린 ‘신발을 정리하자’는 사훈은 도대체 무슨 뜻인지. 정 회장은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사내 공모를 통해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겸손하자는 의미예요.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서 나를 낮추고, 고객을 섬기는 자세를 갖추자는 것이죠.”

그의 꿈은 무엇일까. 꿈을 얘기하는 대목에서는 주저함이 없었다. 미스터피자가 세계 1등 하는 것이었다. “자크 아탈리라는 프랑스 미래학자는 피자야말로 지구촌 공통의 음식이라고 했어요. 300% 원칙으로 만드는 미스터피자가 세계인들에게 먹히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그는 해외에서 고객들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자랑했다. 중국 최고의 음식평가 사이트인 다중핑뎬(大衆評点)에서 4년 연속 ‘소비자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50개 음식점’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좋은 직장은 직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했다. 직원들로 하여금 ‘우리 직장은 멋진 곳’이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사무실 강당 계단 등 곳곳에 그림과 조각 등을 들여 놓았다. 직원들이 수준 높은 문화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문화데이를 정해 국내외 유명 전시회를 관람하도록 하고, 정기적인 문화 특강을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임직원들이 문화인, 교양인이 되어야 진정한 글로벌 외식 기업을 키워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는 미스터피자 브랜드를 달고 해외 시장에 나간다는 것은 ‘음식을 팔러 가는 게 아니라 외식문화를 전파하러 가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정 회장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며 “프랜차이즈야말로 창업을 활성화하는 최적의 사업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이 음식점을 창업하려면 식재료는 물론이고 이쑤시개, 접시까지 모든 것을 혼자 준비해야 하는데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하려면 가격도 훨씬 비싸고 준비하다가 주저앉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 가맹본부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스템 자체를 싸게 보급하는 프랜차이즈의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프랜차이징은 창조물 자체를 파는 사업인데 규제만 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미스터피자 같은 회사가 자꾸 나와야 국가 경제가 좋아지는 것 아닌가요.” 그의 말에는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한경과 맛있는 만남] 정우현 MPK그룹 회장 "내 꿈은 피자로 세계 1등 하는 것…'꾼' 으로 살고 싶어요"
정우현 회장의 단골집 ‘미피레또’ 예술품 감상하며 샐러드 요리에 수타 피자 맛 ‘환상’

서울 방배동 미스터피자 사옥인 ‘미피하우스’ 2층에 있는 ‘미피레또’는 다양한 수타 피자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전문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미피레또만의 스페셜 홈메이드 메뉴인 파스타와 리조토, 샐러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매장과 다르게 미피하우스의 예술적 테마에 어울리는 다양한 예술작품들로 실내를 꾸며 식사를 하며 작품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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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맛의 토마토 파스타인 토마토페스카토레 파스타, 고소한 크림의 풍미가 크랩의 식감과 어우러진 크랩 크림파스타가 대표적인 인기 메뉴다.

가격은 신선한 해산물 샐러드가 8900원, 파스타 5종이 1만1900원, 리조토 2종이 1만1900원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다. (02)521-4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