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1일 올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8%로 올렸다. 내년 성장률도 기존 3.8%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누가 뭐래도 경기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는 연 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한은의 이 같은 전망이 최근 실물경제 흐름과 동떨어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은만큼 성장률 지표를 잘 분석할 수 있는 기관이 있느냐”는 김중수 총재의 호언에 의구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

○“GDP갭 점차 축소될 것”

[한은 기준금리 동결] 김중수의 호언 "경제 완만한 성장세…한은만큼 분석하는 곳 없다"
올해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2%포인트 높인 데 대해 김 총재는 “성장세가 완만하게 이어지고 있다”면서 “1분기는 전기 대비 0.8% 성장했고 2분기는 좀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은 조사국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지난 5월의 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0%, 3분기 1.1%, 4분기 1.0%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전망대로라면 9분기 만에 0%대 성장에서 탈피하는 셈이다. 김 총재는 “GDP갭(실질GDP와 잠재GDP 간 차이)이 상당기간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그 폭은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부 항목별로 민간소비 증가율과 설비투자, 수출 증가율이 지난 4월 전망에 비해 각각 하향 조정됐지만 건설투자 증가율은 2.7%에서 4.5%로 높아졌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1%로 낮추긴 했지만 국제유가 하락 효과 등이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이날 한은의 성장률 전망 상향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은의 올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2.6%)는 물론 정부 전망치(2.7%)보다도 높다. BNP파리바(2.1%) UBS(2.3%) JP모건(2.5%)은 2%대 초·중반으로 예상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대외여건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이같은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전망치가 아니라 목표치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디플레 우려도 제기

한은은 올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530억달러로 기존 전망보다 200억달러나 높게 잡았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얘기다. 신 국장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줄면서 상품수지가 대폭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은 크게 낮아졌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1.7%로 대폭 낮췄다. 이는 한은의 장기 물가안정 목표치인 2.5~3.5%를 한참 밑도는 것이다. 신 국장은 “농산물 및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등 공급 측면에서 물가 하락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이 대폭 하향 조정됨에 따라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성장이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본부장은 “한국은 이제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더 신경써야 한다”며 “금리 인하를 포함해 좀 더 공격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정환/고은이/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