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격엔 배 안팝니다" 배에 힘주는 조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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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가격 드디어 바닥 찍었나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말 한 척에 3100만달러를 받았던 5만t 규모의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을 최근 3500만달러에 수주했다. 중국 정유공장의 수출 증가로 수요가 늘자 가격도 올라간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만든 중형 선박은 업계의 표준이 될 정도로 기술력이 높다”며 “전 세계적인 발주 증가는 기술 경쟁력을 가진 한국 조선사의 선박 가격부터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려온 선박 가격(선가)이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수선과 일부 상선은 이미 소폭 오름세로 돌아섰다. 최소한의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저가 수주를 마다하지 않던 조선사들도 수익성을 따지며 선별 수주에 나서기 시작했다.
◆‘선박 가격 드디어 바닥 쳤나’
유조선 컨테이너선 LNG선 등의 선박 가격은 2008년을 정점으로 지난해까지 계속 내림세를 보였다. 척당 1억달러였던 68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은 지난해 5800만달러로 2008년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 불황으로 운송량이 감소하면서 선박 발주가 줄어든 탓이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로 일부 활로를 찾았지만 상선 도크(배를 건조하는 시설)를 비워놓을 수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주문도 받아들이는 저가 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소폭이지만 거의 모든 선종 가격이 오름세다.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1만3000TEU급의 척당 가격은 1억600만달러에서 1억650만달러, 4800TEU급은 4525만달러에서 4600만달러, 3500TEU급은 3750만달러에서 3800만달러로 각각 상승했다.
‘가격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선박을 확보하려는 발주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조선업계의 설명이다.
최광식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사들이 이제 수주의 양이 아닌 질을 따지기 시작했다”며 “조만간 본격적인 선가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영업 현장 분위기
삼성중공업은 최근 모나코 스콜피오탱커스가 제의한 유조선 4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최종 거부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척당 5200만달러의 건조 가격을 제시하자 “최소 5700만달러 정도는 받아야 한다”며 수주를 포기한 것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30억달러 규모의 에지나 프로젝트 등 이미 충분한 일감을 확보했기 때문에 싼 가격에 수주할 이유가 없다”며 “공멸을 가져올 수 있는 저가 수주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을 찾아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아도 수주가 들어오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대우조선해양 영업부에는 최근 다양한 선종에 대한 발주 문의가 크게 늘었다.
조선업계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선가 상승을 자신하고 있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영업담당 전무는 “올해 수주 목표액 113억달러의 60% 이상을 벌써 따내 목표 초과 달성이 예상된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선가가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전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려온 선박 가격(선가)이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수선과 일부 상선은 이미 소폭 오름세로 돌아섰다. 최소한의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저가 수주를 마다하지 않던 조선사들도 수익성을 따지며 선별 수주에 나서기 시작했다.
◆‘선박 가격 드디어 바닥 쳤나’
유조선 컨테이너선 LNG선 등의 선박 가격은 2008년을 정점으로 지난해까지 계속 내림세를 보였다. 척당 1억달러였던 68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은 지난해 5800만달러로 2008년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 불황으로 운송량이 감소하면서 선박 발주가 줄어든 탓이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로 일부 활로를 찾았지만 상선 도크(배를 건조하는 시설)를 비워놓을 수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주문도 받아들이는 저가 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소폭이지만 거의 모든 선종 가격이 오름세다.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1만3000TEU급의 척당 가격은 1억600만달러에서 1억650만달러, 4800TEU급은 4525만달러에서 4600만달러, 3500TEU급은 3750만달러에서 3800만달러로 각각 상승했다.
‘가격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선박을 확보하려는 발주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조선업계의 설명이다.
최광식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사들이 이제 수주의 양이 아닌 질을 따지기 시작했다”며 “조만간 본격적인 선가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영업 현장 분위기
삼성중공업은 최근 모나코 스콜피오탱커스가 제의한 유조선 4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최종 거부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척당 5200만달러의 건조 가격을 제시하자 “최소 5700만달러 정도는 받아야 한다”며 수주를 포기한 것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30억달러 규모의 에지나 프로젝트 등 이미 충분한 일감을 확보했기 때문에 싼 가격에 수주할 이유가 없다”며 “공멸을 가져올 수 있는 저가 수주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을 찾아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아도 수주가 들어오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대우조선해양 영업부에는 최근 다양한 선종에 대한 발주 문의가 크게 늘었다.
조선업계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선가 상승을 자신하고 있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영업담당 전무는 “올해 수주 목표액 113억달러의 60% 이상을 벌써 따내 목표 초과 달성이 예상된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선가가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전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