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살고 보증금 돌려준다더니… " 아파트 '선입주 후분양' 분쟁 주의보
서울 영등포의 A아파트 전용 127~157㎡에 사는 주민 60여명은 최근 B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2010년 말 B건설사는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를 팔기 위해 주변보다 싼 전세금(157㎡ 기준 3억3000만원)만 내면 입주자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해주고 2년간 거주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홍보했다. 취득세와 잔금에 대한 이자도 건설사가 부담한다는 조건이었다. 입주자들은 2년 뒤에 거주하는 아파트가 맘에 들면 매입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건설사가 돌려주는 보증금을 받고 나가면 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거래 부진이 지속되자 건설사는 보증금 반환이 어렵게 됐다. 2010년 말 13억원(157㎡ 기준)까지 나가던 A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8억원 정도로 내려왔다. 시세대로 팔면 입주자들이 낸 보증금은 고사하고 은행 대출금(9억원)도 갚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건설사도 전매가 잘 되지 않아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꼬박꼬박 부담하고 있어서 고통이 크다.

입주민들은 계약서에 건설사가 전매를 보장해주겠다고 한 만큼 집값 하락에 상관없이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송을 준비 중인 한 입주자는 “대출 명의가 입주자로 돼 있어 한 달에 300만~400만원씩의 대출원금도 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거주 후매입’ 등 선(先)전세 방식으로 분양되는 아파트를 매입할 때는 계약조건이 복잡하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낭패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계약자는 전세와 비슷한 줄 알고 계약하지만, 실제로는 매매계약서에 가까운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 기간에 건설사가 부도날 경우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집을 떠안거나 보증금을 떼일 수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계약서에 전매시점이 정확히 명기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