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지난달 8일부터 PC방 내 흡연이 전면 금지되면서 손님이 줄자 동네 PC방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PC방 내부에 금연 구역 표지가 붙어 있다.  /한경DB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지난달 8일부터 PC방 내 흡연이 전면 금지되면서 손님이 줄자 동네 PC방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PC방 내부에 금연 구역 표지가 붙어 있다. /한경DB
“자리가 모두 48석인데 지금 손님은 19명밖에 없어요. 원래 지금 시간이면 서너 자리 빼고는 다 차 있어야 해요.”

지난 12일 저녁 서울 신림동 고시촌 골목에 있는 한 PC방. 사장인 이경범 씨(47)는 “저녁 7~9시가 가장 붐비는 시간인데 금연법이 시행되고 나서 손님이 절반가량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매출도 지금쯤이면 50만원대에 이르러야 하는데 23만원밖에 안된다”며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른바 ‘금연법’이라고 불리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2년의 유예기간을 끝내고 지난달 8일부터 시행되면서 PC방 업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기 불황, 모바일 게임 등장, 심야시간 청소년 출입금지 조치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이번 금연법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다.

○하반기 폐업 더 늘어날 듯

PC방, 금연법에 '녹다운'…올 5000곳 폐업
지난 10여년간 2만개 이상을 유지하던 국내 PC방 수는 2009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그해 11월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된 것을 계기로 사람들의 관심이 모바일게임으로 이동했고, 미국의 금융위기로 경기불황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연법마저 시행되면서 감소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PC방 업주들의 단체인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의 최승재 이사장은 “작년 말 1만5000개로 추정되는 PC방 중 올 들어 6월까지 5000여개가 폐업했다”며 “이런 추세라면 하반기엔 5000개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손님의 70% 이상이 흡연자이기 때문에 이제 PC방을 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업주들은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르면 PC방에서 담배를 피우면 손님은 10만원의 벌금을, 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특히 PC방에만 유독 지나친 규제를 가하는 것에 대해 PC방 업주들의 불만이 높다. 신림동의 다른 PC방 사장 A씨는 “면적 150㎡ 이하의 음식점, 술집, 커피숍은 금연법 시행을 유예해주면서 PC방에만 면적과 상관없이 전면 시행하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커피숍 등은 유리벽으로 흡연구역이 완벽히 분리돼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우리도 완전히 흡연구역을 분리하고 싶지만 밀폐형 유리칸막이를 세우는 것은 소방법상 건물 1층에 있는 매장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 PC방은 살아남기 어려워


면적 구분 없이 모든 PC방에 금연법이 적용되면서 대형 PC방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PC방 매매사이트 ‘1282’를 운영하고 있는 성낙헌 씨는 “소형 PC방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고 폐업 상담 문의도 많다”며 “금연법 시행으로 PC방의 일정 공간을 ‘흡연실’로 만들어야 해 소형 PC방 수익성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PC를 30대가량 갖추고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에서 영업하는 소형 PC방은 흡연실 공간을 만들려면 5~6대 정도의 PC를 빼야 해 수익성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흡연실을 설치하고 새로 인테리어를 하는 비용도 소형 PC방에는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한 PC방 업주는 “예전에 법이 바뀌었을 때도 몇 백만원 들여 구역을 나누고 방화벽을 설치했다”며 “이번에 새로 흡연실을 설치하고 소방법에 맞게 자재를 써야 하는 비용도 고스란히 우리들에겐 수익 압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