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보다 무서운 '저혈압 경제'] 치솟는 전셋값에 소비 '질식'…덜 입고, 덜 쓰고, 덜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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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전셋값 10% 오르면 소비 3.7% 감소"
가처분소득 직격탄…車구입 미루고 학원 끊어
가처분소득 직격탄…車구입 미루고 학원 끊어
2010년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전셋값이 가뜩이나 취약한 가계의 소비 여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주택을 보유한 자산가들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입자들 소비까지 위축되고 있다. 수요 부진 속에 소비자물가지수는 8개월 연속 1%대 상승에 머물렀다.
전형적인 ‘저혈압 경제’ 양상이다. 소비라는 혈류가 너무 빈약해 성장 등 신체의 활력 자체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고혈압은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지만 저혈압은 자칫 방심하다간 곧장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셋값 1% 상승, 소비 0.37% 감소
15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은행의 ‘전세가격 상승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처럼 전셋값 오름세가 이어지면 중·저소득층의 내구재 및 서비스 지출을 중심으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1990년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실증 분석한 결과 전셋값이 1% 상승하면 단기적으로 소비가 0.37%까지 감소했다. 올 한은의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가 2.1%인 것을 감안할 때 전셋값이 10% 오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진단이다.
전국 전셋값은 지난 1분기 전 분기 대비 1.1%에 이어 2분기 1.09% 뛰었다. 작년 2분기 주춤한 이후 4분기 연속 오름세다. 2009년 연초 대비로는 30% 이상 뛰었다. 1분기 기준 전국 109㎡ 아파트 전셋값은 근로자가구 연소득의 3.0배였다. 지난 13년간 평균(2.8배)을 크게 웃돈다. 소득으로 전셋값 마련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전세가 상승은 소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임근형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은 “내구재와 서비스는 당장 급하지 않으면 소비를 뒤로 미룰 수 있어 전세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여력 악화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년간 소비재 형태별 지출 증가율을 보면 내구재 지출은 2010년 전년보다 2.1% 감소한 뒤 지난해에는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녀학원비 등 서비스 지출도 2010년 6.1% 늘어난 이후 작년 증가율은 2.2%로 뚝 떨어졌다.
○고속도로 통행량마저 줄어
소비 위축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고속도로 통행량은 10억3900만대로 작년 상반기(10억7885만대)보다 4000만대가량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통행량이 줄어든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상반기 이후 4년 만이다.
백승걸 도로교통연구원 수석연구원은 “1997년 이후 상반기 고속도로 통행량이 줄어든 적은 외환위기였던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뿐”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 매출도 불황을 체감하고 있다. 이마트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4%(이하 기존점 기준) 감소했다. 롯데마트(-5.7%)와 홈플러스(-5.9%)도 5% 이상 감소했다. 휴일 영업규제 영향이 있긴 하지만 불황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
이마트는 이달 들어 14일까지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가전제품 매출만 늘었을 뿐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은 모두 감소했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올 들어 월간 소매판매는 지난 3월(1.7%)을 제외하곤 넉 달간 전월 대비 감소했다. 6월 지표는 아직 안 나왔지만 4~5월 연속 줄어 2분기 전체 민간소비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셋값 상승은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을 줄인다”며 “이로 인한 소비 위축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은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물가는 작년 11월부터 8개월 연속 1%대 상승에 그쳤다. 3월과 4월, 6월은 전기 대비 하락하기도 했다.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한은은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등 공급 요인이 하락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 하락으로 경기가 침체를 보이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수요 위축에 따라 물가가 떨어지고 있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이라며 “방치하면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정환/고은이/이현진 기자 ceoseo@hankyung.com
전형적인 ‘저혈압 경제’ 양상이다. 소비라는 혈류가 너무 빈약해 성장 등 신체의 활력 자체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고혈압은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지만 저혈압은 자칫 방심하다간 곧장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셋값 1% 상승, 소비 0.37% 감소
15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은행의 ‘전세가격 상승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처럼 전셋값 오름세가 이어지면 중·저소득층의 내구재 및 서비스 지출을 중심으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1990년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실증 분석한 결과 전셋값이 1% 상승하면 단기적으로 소비가 0.37%까지 감소했다. 올 한은의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가 2.1%인 것을 감안할 때 전셋값이 10% 오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진단이다.
전국 전셋값은 지난 1분기 전 분기 대비 1.1%에 이어 2분기 1.09% 뛰었다. 작년 2분기 주춤한 이후 4분기 연속 오름세다. 2009년 연초 대비로는 30% 이상 뛰었다. 1분기 기준 전국 109㎡ 아파트 전셋값은 근로자가구 연소득의 3.0배였다. 지난 13년간 평균(2.8배)을 크게 웃돈다. 소득으로 전셋값 마련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전세가 상승은 소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임근형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은 “내구재와 서비스는 당장 급하지 않으면 소비를 뒤로 미룰 수 있어 전세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여력 악화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년간 소비재 형태별 지출 증가율을 보면 내구재 지출은 2010년 전년보다 2.1% 감소한 뒤 지난해에는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녀학원비 등 서비스 지출도 2010년 6.1% 늘어난 이후 작년 증가율은 2.2%로 뚝 떨어졌다.
○고속도로 통행량마저 줄어
소비 위축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고속도로 통행량은 10억3900만대로 작년 상반기(10억7885만대)보다 4000만대가량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통행량이 줄어든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상반기 이후 4년 만이다.
백승걸 도로교통연구원 수석연구원은 “1997년 이후 상반기 고속도로 통행량이 줄어든 적은 외환위기였던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뿐”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 매출도 불황을 체감하고 있다. 이마트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4%(이하 기존점 기준) 감소했다. 롯데마트(-5.7%)와 홈플러스(-5.9%)도 5% 이상 감소했다. 휴일 영업규제 영향이 있긴 하지만 불황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
이마트는 이달 들어 14일까지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가전제품 매출만 늘었을 뿐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은 모두 감소했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올 들어 월간 소매판매는 지난 3월(1.7%)을 제외하곤 넉 달간 전월 대비 감소했다. 6월 지표는 아직 안 나왔지만 4~5월 연속 줄어 2분기 전체 민간소비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셋값 상승은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을 줄인다”며 “이로 인한 소비 위축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은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물가는 작년 11월부터 8개월 연속 1%대 상승에 그쳤다. 3월과 4월, 6월은 전기 대비 하락하기도 했다.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한은은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등 공급 요인이 하락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 하락으로 경기가 침체를 보이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수요 위축에 따라 물가가 떨어지고 있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이라며 “방치하면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정환/고은이/이현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