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걱정스런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일본 국회의원들도 금배지를 단다.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마찬가지다. 자주색 받침 위에 국화 모양을 새긴 형태다. 서로 모양은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난다. 참의원 배지 직경은 20㎜로 중의원(18㎜)보다 조금 크다. 금 함량도 참의원 쪽이 조금 더 많다. 그래서 가격도 비싸다. 과거 중의원은 평민들의 모임이었다. 반면 참의원은 ‘귀족원’에서 출발했다. 옛날 전통이 아직도 금배지에 남아 있는 것이다.

금배지 위상과 달리 현실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은 중의원이 압도적이다. 참의원은 중의원에서 통과한 법안을 되돌려보내는 ‘브레이크’ 정도의 역할에 그친다. 다만 임기(4년)와 무관하게 툭하면 해산되는 중의원과 달리 참의원 임기는 6년으로 고정적이다. 중의원 선거 승리를 통해 집권한 정당의 폭주를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작년 말 자유민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하긴 했지만, 참의원에서는 과반은커녕 야당인 민주당보다도 의석 수가 적다. ‘평화헌법’ 개정까지 노리는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일본의 민심은 복합적이다. 아사히신문이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단독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반대’가 전체의 47%로 ‘찬성(36%)’을 훌쩍 넘어섰다. 자민당 독주에 대한 경계심리다.

아베 신조 총리의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 지난 3월 70%대까지 뛰었던 내각 지지율은 최근 50%대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 ‘이번 선거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고 물으면 여전히 자민당이 압도적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자민당과 연립파트너인 공명당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수를 획득할 것이라는 전망은 기정사실이 되는 모양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선거 결과보다 참의원마저 장악할 아베의 향후 행보에 모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제2차대전 패전일인 다음달 15일이 하이라이트다. 양원을 모두 손에 넣은 아베가 이날 2차대전 A급 전범이 묻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는 순간,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는 한층 더 악화될 소지가 크다. 아직도 한·일 양국의 미래는 야스쿠니 망령에 볼모로 잡혀 있다.

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