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곳간 비어간다…은행 순이익 2분기 연속 반토막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흔들리고 있다. 당기순이익이 반토막나는 등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기업 및 가계의 구조조정에 따른 손실을 흡수할 능력이 없어져 금융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금융감독원은 각종 수수료를 현실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을 하반기 가장 중요한 금융감독 과제로 설정하고 나섰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18개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1조원 안팎에 그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1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1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7000억원으로 작년 동기(3조3000억원) 대비 반토막난 데 이어 2분기 연속으로 이익이 급감했다.

은행권에서는 STX 쌍용건설 등 구조조정 기업의 부실 여신으로 인해 충당금을 본격적으로 쌓아야 하는 하반기에는 이익 규모가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사의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순이익도 1조2300억원으로 전년(2조2100억원)보다 44.3% 감소했다. 일부 생명보험사는 조달금리가 운용수익률을 웃돌아 역마진을 보이는 등 보험사들의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수익성 강화’를 외치고 나섰다. 금감원은 최근 2~3년간 금융회사의 수익성보다는 소비자 보호와 서민금융 강화에 치중했다. 그랬던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걱정하는 방향으로 감독 정책을 180도 바꾸겠다고 공언하고 나온 것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 금융산업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해지고, 지속 가능한 성장도 담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에는 정체된 금융산업에 새 활력과 역동성을 불어넣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또 “은행의 정당한 서비스에 합당한 수준의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금융회사의 어려움을 논의하기 위해 25일 KB 우리 신한 하나 산업 농협 씨티 등 7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긴급 회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임금과 고용보장 등으로 기득권을 누려온 금융회사들에는 어떠한 자구노력도 요구하지 않고 감독당국이 나서 금융회사의 수익성 증대를 지원하려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경제연구원장은 “적정한 이익이 보장돼야 금융회사들도 구조조정과 가계 부실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을 수반하지 않는 수익성 강화 노력이 과연 얼마나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