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졸업한 지 5년 이내인 중견기업과 매출 1500억원을 넘는 기업의 25% 정도가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일 때 받는 각종 혜택을 잃고 싶지 않아 중견기업이 되지 않겠다는 ‘피터팬 증후군’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중견기업 문턱 너무 높다”

중견기업 4곳중 1곳 "中企로 돌아갈래"
중소기업청은 19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대회의실에서 중견기업 육성·지원위원회 회의를 열어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중기청과 중견기업연합회는 중견기업 및 매출 1000억원 이상 중소기업 2618개를 대상으로 ‘성장애로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61.9%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조세지원 배제’를 꼽았다. 중견기업이 되면 중소기업일 때 받던 각종 세금 감면 및 비과세 혜택이 한꺼번에 사라져 세금 부담이 갑자기 커지는 ‘문턱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중견기업에 진입한 지 5년이 안된 기업들은 23.9%가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응답했다. ‘기업 쪼개기’ 등으로 자산과 인력을 중소기업 규모로 줄이면 각종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소기업은 제조업 기준으로 직원 수 300명 이하, 자기자본 80억원 이하 기업이다.

매출이 1500억원을 넘는 기업들은 26.7%가 ‘중소기업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업 규모가 중소기업이더라도 매출이 1500억원을 넘기면 중소기업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매출 쪼개기’를 하거나 매출을 줄여야 한다. 이런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중소기업으로 되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피터팬 증후군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중견기업 관계자들은 “중견기업이 되면서 받게 되는 불이익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중견기업 금융 부담도 커

가업 승계와 관련해서는 공제대상 확대(48.8%), 공제한도 확대(33.3%), 요건 완화(7.7%) 등이 개선 과제로 꼽혔다. 중견기업에 대한 조세지원 확대가 필요한 분야로는 연구개발(R&D) 세액공제(33.6%)가 가장 많았고 생산성향상 투자 공제(25.6%), 고용유지 과세특례(20.5%)등이 꼽혔다. 이 밖에 애로사항으로는 전문인력 부족(10.5%), 자금조달 애로(10.3%), 하도급 등 규제 증가(9.0%) 순이었다.

R&D와 관련해선 전문인력 부족(24.8%), 세제지원 감소(16.8%), 참여 가능한 R&D 사업부족(11.9%) 등이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 직원을 채용하는 데에는 낮은 인지도, 저임금, 빈번한 이직 등이 문제로 꼽혔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뒤에 생기는 금융 부담으로는 은행대출 애로(34.3%), 정책자금 배제(9.4%), 보증 애로(8.5%) 등을 꼽았다. 해외시장 진출 시 거래처 및 바이어 발굴과 해외시장 정보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중기청 “성장방안 곧 마련”


이날 회의는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중견기업 정책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기청으로 이관된 이후 처음 열렸다. 한정화 중기청장이 위원장인 중견기업 육성·지원위원회는 정부 위원 8명과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을 비롯한 중견기업계, 학계 등 민간위원 14명 등 모두 22명으로 구성됐다.

중기청은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중견기업 성장방안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