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이어 중견기업들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자신들을 빼달라는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중견기업연합회(회장 강호갑)는 25일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부과대상에서 중견기업을 제외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법령(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4조 2) 개정 건의서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중소기업청에 제출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같은 내용의 건의문을 기재부 등에 제출했다.

중견기업 38%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

○과세대상 중소·중견기업에 몰려

중견련은 건의서에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부과는 당초 일부 대기업의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과세대상 중 99%가 중소·중견기업에 몰리는 부작용이 있다”며 “이로 인해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고용창출을 꺼리는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과세가 이뤄지고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은 △전체 매출 가운데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비중이 30%를 넘고 △세후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를 초과할 경우 ‘특수 관계법인으로부터 변칙 증여를 받은 것으로 간주’해 해당 특수관계법인의 지배주주와 친족에게 증여세를 물리고 있다. 국세청은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6200여개사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 1만명에게 최근 증여세 과세 신고안내문을 발송했다.

기재부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와 관련해 중소·중견기업의 반발이 잇따르자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법령 개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설문기업 대부분 “과세 부당”

중견련은 이에 앞서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중견기업 120개사를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실태조사를 했다. 응답기업의 38.3%인 46개사가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이라고 응답했다.

증여세 과세액은 업체당 평균 4억3000만원이었다. 가장 많이 세금을 내야 하는 곳은 92억원이었다.

응답기업의 67.2%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부과에 반대했다. 그 이유로 △정상적인 거래 규제(35.1%) △미실현 이익 과세(23.0%) △중소·중견기업의 과도한 부담(21.8%) 등을 꼽았다.

또 응답 기업의 97.5%는 ‘안정적 공급처 확보’와 ‘기술유출 방지’ 등의 이유로 계열사 간 거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증여세 부과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 △계열사 간 거래비중 축소(42.7%) △계열사 간 합병(21.3%) △법적 이의제기(16.0%) △기업의 해외 이전(8.0%)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폐업을 검토하고 있다’(5.3%)는 답도 나왔다.

기업들은 해결방안으로 중소·중견기업을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아예 제외(32.8%)해주거나,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기준을 마련(25.0%)하거나, 정상거래 비율을 확대(22.0%)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