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도 못믿는 코넥스 주가…아이티센 대표, 시가보다 61% 싸게 장외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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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한달…'10점 만점에 6점'
하루 평균 4억원대 거래
'매매부진→투자지연' 우려
하루 평균 4억원대 거래
'매매부진→투자지연' 우려
‘10점 만점에 6점.’
개장 한 달을 맞은 코넥스(KONEX) 시장에 대해 ‘한경·코넥스CEO클럽’ 회원사들은 낙제점을 겨우 넘긴 박한 점수를 줬다.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겠다는 초기 취지와 달리 한 달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거래 부진이 계속되면서 상장기업들 사이에서조차 시장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장외에서 61%나 싼값에 매각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넥스 상장기업인 아이티센시스템즈의 최대주주 강진모 대표는 지난 29일 보유지분 43%(103만2000주) 중 4.17%(10만주)를 개인투자자 2명에게 주당 5000원에 장외 매각했다. 이는 전일 종가 1만2900원보다 61%나 싼 가격이다.
회사 관계자는 “거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주주가 지분 일부를 엔젤투자자에게 매각했다”면서 “상장할 때 평가가치를 기준으로 거래했다”고 말했다. 아이티센시스템즈 주식은 상장 당시 주당 4115원에 평가됐다. 최대주주의 매각가는 이 평가가격을 기준으로 20%가량 할증된 가격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강 대표가 시가가 아닌 평가가격을 기준으로 지분을 매각한 것은 현재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실제 가치와 괴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조차 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한 상장사 대표는 “코넥스 상장으로 회사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시장에 대한 신뢰가 아직 형성되지 않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관심을 보이는 일부 기관은 코스닥 이전 뒤 투자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이티센시스템즈 관계자도 “기업설명회(IR) 이후 접촉한 기관투자가들이 코넥스 시가를 회사 가치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부진→투자지연 ‘악순환’ 될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장기업들은 “첫 출발치고 나쁘지 않다”고 자평하는 한국거래소와는 사뭇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개장 후 30일까지 코넥스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4억4689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프리보드 거래대금(9062만원)보다 5배가량 많다. 21개 상장회사의 주가는 평가금액 대비 평균 175.37% 올랐다.
하지만 거래대금은 개장 첫날 13억7873만원을 기록한 후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호가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특성상 거래 없이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시장가격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이유다.
한 상장기업 대표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거래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기관 투자가 지연되면서 자금조달을 지원하겠다던 코넥스의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상장기업들은 거래 활성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9개 ‘한경·코넥스CEO클럽’ 회원사는 증자와 대주주 지분매각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오히려 주식을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승우 베셀 부사장은 “기관들은 대부분 장기 투자자여서 거래량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거래가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매를 일으킬 물량을 미리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상장기업 대표는 “자금유치는커녕 상장유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거래량을 늘리는 것까지 책임져야 한다”면서 “대주주 매각 지분에 대한 양도소득세 인하 등 거래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지연/조진형/이고운 기자 serew@hankyung.com
개장 한 달을 맞은 코넥스(KONEX) 시장에 대해 ‘한경·코넥스CEO클럽’ 회원사들은 낙제점을 겨우 넘긴 박한 점수를 줬다.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겠다는 초기 취지와 달리 한 달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거래 부진이 계속되면서 상장기업들 사이에서조차 시장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장외에서 61%나 싼값에 매각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넥스 상장기업인 아이티센시스템즈의 최대주주 강진모 대표는 지난 29일 보유지분 43%(103만2000주) 중 4.17%(10만주)를 개인투자자 2명에게 주당 5000원에 장외 매각했다. 이는 전일 종가 1만2900원보다 61%나 싼 가격이다.
회사 관계자는 “거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주주가 지분 일부를 엔젤투자자에게 매각했다”면서 “상장할 때 평가가치를 기준으로 거래했다”고 말했다. 아이티센시스템즈 주식은 상장 당시 주당 4115원에 평가됐다. 최대주주의 매각가는 이 평가가격을 기준으로 20%가량 할증된 가격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강 대표가 시가가 아닌 평가가격을 기준으로 지분을 매각한 것은 현재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실제 가치와 괴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조차 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한 상장사 대표는 “코넥스 상장으로 회사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시장에 대한 신뢰가 아직 형성되지 않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관심을 보이는 일부 기관은 코스닥 이전 뒤 투자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이티센시스템즈 관계자도 “기업설명회(IR) 이후 접촉한 기관투자가들이 코넥스 시가를 회사 가치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부진→투자지연 ‘악순환’ 될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장기업들은 “첫 출발치고 나쁘지 않다”고 자평하는 한국거래소와는 사뭇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개장 후 30일까지 코넥스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4억4689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프리보드 거래대금(9062만원)보다 5배가량 많다. 21개 상장회사의 주가는 평가금액 대비 평균 175.37% 올랐다.
하지만 거래대금은 개장 첫날 13억7873만원을 기록한 후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호가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특성상 거래 없이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시장가격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이유다.
한 상장기업 대표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거래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기관 투자가 지연되면서 자금조달을 지원하겠다던 코넥스의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상장기업들은 거래 활성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9개 ‘한경·코넥스CEO클럽’ 회원사는 증자와 대주주 지분매각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오히려 주식을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승우 베셀 부사장은 “기관들은 대부분 장기 투자자여서 거래량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거래가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매를 일으킬 물량을 미리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상장기업 대표는 “자금유치는커녕 상장유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거래량을 늘리는 것까지 책임져야 한다”면서 “대주주 매각 지분에 대한 양도소득세 인하 등 거래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지연/조진형/이고운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