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업도 골목상권?…한돈협회 "대기업, 손 떼라"
국내 돼지 농가의 71%가 회원으로 있는 대한한돈협회가 대형 사업체의 양돈업 금지 법제화를 추진 중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형 사업체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농가가 피해를 보고 있다”(조진현 한돈협회 정책부 차장)며 대기업의 사업 진출 자체를 봉쇄하기로 한 것이다. 관련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형화가 필수적’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합법화 3년 만에 도루묵

한돈협회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대기업 양돈업 진출 규제안’을 의결했다. 주요 내용은 축산법에 ‘기업의 축산업 참여를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 범위(근로자 200명 미만, 매출 200억원 이하)를 넘어선 대형 사업체는 돼지를 길러 고기를 팔 수 없게 된다. “이미 양돈업을 하고 있는 하림계열사인 선진, 팜스코, 이지바이오의 관계사인 마니커, 사조, 도나도나 등 5개 기업에 대해선 농장의 추가 인수를 제한하고 사육 규모를 공개토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한돈협회 정책부 조 차장)이다. 이들 5개 기업은 국내 돼지 사육마릿수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한돈협회는 “사료공장을 계열화한 큰 회사들이 자체 농장보다 일반 농가에 비싼 값에 사료를 공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대형 사업체의 무분별한 확장과 진출로 농가 피해가 우려돼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돈협회는 8월부터 회원으로 있는 대기업 계열 농가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와 구체적 입법절차를 상의하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입법을 청원할 계획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2010년 1월 대기업의 축산업 참여 제한 법률 조항인 축산법 제27조가 삭제된 지 3년 만에 다시 규제가 생기게 된다.

◆제2 동부팜한농 우려

양돈업체들은 기업 때리기가 만연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말을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팜한농의 전철을 밟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동부팜한농은 토마토 수출을 목표로 토마토 온실사업에 진출했다가 농가의 반발로 첨단농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선진과 팜스코의 모기업인 하림그룹의 문경민 상무는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 미국 파이프스톤과 스미스필드 등 글로벌 대기업이 진입한 상황”이라며 “시장은 다 개방해놓고 국내 기업의 확장을 막는다면 시장을 외국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 빼앗긴 시장을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사육두수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 백동욱 이지바이오 경영기획실 부장은 “지난 3월 대형 사업체와 한돈협회 간 맺은 협약에 따라 어미돼지 수를 줄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양돈업자 단체가 기업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