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더 싼 도요타·폭스바겐…현대차 "안방이 흔들린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독일·일본산 중·대형 수입차 가격이 쏘나타·그랜저 등 현대자동차 주력 차종값보다 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도요타자동차가 캠리 가격을 쏘나타보다 낮게 책정한 데 이어 독일 폭스바겐도 이달부터 해치백 골프 가격을 쏘나타보다 낮췄다. 현대차는 가격 역전 현상이 준중형·소형 차종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안방 사수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3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수입차 가격 하락 현황 및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최고경영진에 올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차 평균가격은 지난 9년간 연평균 2.9%씩 떨어지고 판매량은 7배 늘었다.

수입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2009년 4.9%에서 올 상반기 11.9%로 2.4배 높아졌다. 보고서는 특히 폭스바겐과 도요타가 5000만원 이하 중저가 수입차를 할인판매하는 전략을 펴면서 현대차 주력 차종과의 가격 역전 현상이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32만4987대로 전년 동기보다 1%(2976대) 줄었다. 쏘나타는 상반기에 4만6380대가 팔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5%(3213대) 급감했다.

보고서는 각 사의 주력 차종 가격을 상세히 비교했다. 폭스바겐의 해치백 골프 1.6 TDI와 도요타 캠리 가격은 각각 2990만원, 3170만원으로 쏘나타 최고 사양인 터보 GDi 프리미엄(3190만원)보다 낮았다. 또 준대형 세단인 폭스바겐 파사트 2.5(3810만원)도 경쟁 차종인 그랜저 최고 사양 HG330 셀러브리티(3993만원)보다 쌌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신차를 투입하면서 가격을 내리고, 도요타는 할인 이벤트를 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폭스바겐은 올 상반기에 소형차인 폴로와 신형 골프 등 2000만원대 신차를 내놓으면서 가격을 계속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미국·유럽 등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브랜드 간 경쟁 심화 등으로 수입차 가격 하락세가 이어져 가격 역전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중·대형급에 이어 아반떼, 엑센트 등 준중형·소형 차종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