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VS '친일', 한국의 갈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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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사는 재일교포 지인으로부터 금주 초 전화를 받았다. 일본에 30년 가량 체류중인 한일 경제 전문 학자다. 그는 일본에 거주한 1980년대 말 이후 현재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한국에 관심을 가졌거나 이해도가 높은 ‘지한 또는 친한파’ 인사들도 최근 한국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비즈니스로 일본을 자주 방문하는 기업가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일본내 학자, 관료, 기업가 등 지식인 계층에서 반한 감정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역사교과서나 독도문제 등 한일 현안이 발생할 때 일시적으로 고조된 ‘ 반한 감정’과 격이 다른 새로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사회적 구조 변화가 양국간 긴장 관계의 배경이 되고 있다. 전후 세대가 늘어나고 새로운 정치 지도자들이 등장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글로벌 대표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일본 업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지식인들의 한국을 보는 시각도 싸늘하게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지한파 저널리스트인 스즈오키 다카부미 니혼게이자이신문 편집위원의 지적은 신랄하다.
닛케이 서울특파원을 지낸 스즈오키 위원을 몇 차례 만나 본적이 있다. 평소 ‘지한파’를 자칭한 스즈오키 위원은 최근 저서 ‘중국에 맞서는 일본, 복종하는 한국’을 통해 한국의 중국 접근을 비판했다.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 지식인들의 속내를 여실히 드러냈다.
스즈오키 위원은 한중일 관계와 관련해 몇 가지 해석을 내놨다. 첫째는 중국의 부상 이후 경제와 안보상의 이유 때문에 한국이 중국을 추종하고, 일본을 비하하는 ‘종중비일’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둘째로 그는 한국이 당분간 ‘양다리’ 외교로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를 저울질하겠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을 떠나 중국을 추종’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셋째로 일본의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한국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주문했다.
그는 앞으로 일본은 한국의 이러한 친중 행보를 염두에 두고 미래 동아시아 전략을 구상하라고 주장했다. 한중일 3국을 보는 스즈오키 위원의 시각이 섬뜩하다. 오랫동안 한국을 취재한 보수 우파 저널리스트의 지적이 가슴을 에린다.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많은 일본 지식인들의 그의 시각에 동조하고 나섰다. 한일 관계의 앞날이 더욱 어려워 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꼬여가는 일본에 비해 중국과의 관계는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다. 박종길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30일 한중 관계와 관련,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밀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이날 오전 베이징 베이징호텔에서 중국국무원 신문판공실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제5차 한중 고위언론인 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문물과 사상의 뿌리 깊은 교류 인연이 그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신문판공실 리우펑 부주임은 기조연설을 통해 올해 동시에 출범한 한중 양국 정상의 첫 만남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제 중한 역사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 협력은 경제에서 정치, 군사 분야로 확되되는 양상이다. 한국의 일반인들 사이에 친중 무드가 부쩍 고조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반면 일본과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정상회담 논의조차 금기어가 될 정도로 외교 관계가 악화일로다.
오는 8ㆍ15 광복절에 일본이 어떤 역사 인식을 보여주느냐를 지켜보면서 정상회담 개최를 고려하겠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 일본 정부가 한일 양국간 역사에 대해 미래지향적 접근을 하느냐가 취임 후 첫 정상회담 추진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것.
중국과 일본, 두 나라 모두 한국의 과거, 현재와 마찬가지로 미래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강대국이다. 두 나라 중 어느 한 나라와 가까워지기 위해 다른 나라와 멀어지는 것은 한국의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해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일본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를 되돌아 보면 해답이 나온다.
자칫 일본과의 대응에 감정적으로 치우칠 경우 한국의 경제발전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정치, 외교 측면에서 여전히 한국과 이념적으로 거리가 있는 국가다. 과거 중국이 강대국일 당시 주변 약소국들은 큰 어려움을 겪은 역사적 경험이 있다. 일본이 밉긴 하지만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도가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국익적 판단 아래 일본과 중국간 등거리 외교가 필요하다. 일본인들은 철저히 국익 중심으로 움직인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역사나 국민 감정은 그 다음 문제다. 철저하고 냉정한 현실 인식 아래 ‘친중’과 ‘친일’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야야 한다.
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
비즈니스로 일본을 자주 방문하는 기업가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일본내 학자, 관료, 기업가 등 지식인 계층에서 반한 감정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역사교과서나 독도문제 등 한일 현안이 발생할 때 일시적으로 고조된 ‘ 반한 감정’과 격이 다른 새로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사회적 구조 변화가 양국간 긴장 관계의 배경이 되고 있다. 전후 세대가 늘어나고 새로운 정치 지도자들이 등장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글로벌 대표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일본 업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지식인들의 한국을 보는 시각도 싸늘하게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지한파 저널리스트인 스즈오키 다카부미 니혼게이자이신문 편집위원의 지적은 신랄하다.
닛케이 서울특파원을 지낸 스즈오키 위원을 몇 차례 만나 본적이 있다. 평소 ‘지한파’를 자칭한 스즈오키 위원은 최근 저서 ‘중국에 맞서는 일본, 복종하는 한국’을 통해 한국의 중국 접근을 비판했다.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 지식인들의 속내를 여실히 드러냈다.
스즈오키 위원은 한중일 관계와 관련해 몇 가지 해석을 내놨다. 첫째는 중국의 부상 이후 경제와 안보상의 이유 때문에 한국이 중국을 추종하고, 일본을 비하하는 ‘종중비일’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둘째로 그는 한국이 당분간 ‘양다리’ 외교로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를 저울질하겠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을 떠나 중국을 추종’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셋째로 일본의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한국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주문했다.
그는 앞으로 일본은 한국의 이러한 친중 행보를 염두에 두고 미래 동아시아 전략을 구상하라고 주장했다. 한중일 3국을 보는 스즈오키 위원의 시각이 섬뜩하다. 오랫동안 한국을 취재한 보수 우파 저널리스트의 지적이 가슴을 에린다.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많은 일본 지식인들의 그의 시각에 동조하고 나섰다. 한일 관계의 앞날이 더욱 어려워 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꼬여가는 일본에 비해 중국과의 관계는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다. 박종길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30일 한중 관계와 관련,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밀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이날 오전 베이징 베이징호텔에서 중국국무원 신문판공실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제5차 한중 고위언론인 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문물과 사상의 뿌리 깊은 교류 인연이 그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신문판공실 리우펑 부주임은 기조연설을 통해 올해 동시에 출범한 한중 양국 정상의 첫 만남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제 중한 역사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 협력은 경제에서 정치, 군사 분야로 확되되는 양상이다. 한국의 일반인들 사이에 친중 무드가 부쩍 고조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반면 일본과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정상회담 논의조차 금기어가 될 정도로 외교 관계가 악화일로다.
오는 8ㆍ15 광복절에 일본이 어떤 역사 인식을 보여주느냐를 지켜보면서 정상회담 개최를 고려하겠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 일본 정부가 한일 양국간 역사에 대해 미래지향적 접근을 하느냐가 취임 후 첫 정상회담 추진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것.
중국과 일본, 두 나라 모두 한국의 과거, 현재와 마찬가지로 미래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강대국이다. 두 나라 중 어느 한 나라와 가까워지기 위해 다른 나라와 멀어지는 것은 한국의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해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일본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를 되돌아 보면 해답이 나온다.
자칫 일본과의 대응에 감정적으로 치우칠 경우 한국의 경제발전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정치, 외교 측면에서 여전히 한국과 이념적으로 거리가 있는 국가다. 과거 중국이 강대국일 당시 주변 약소국들은 큰 어려움을 겪은 역사적 경험이 있다. 일본이 밉긴 하지만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도가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국익적 판단 아래 일본과 중국간 등거리 외교가 필요하다. 일본인들은 철저히 국익 중심으로 움직인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역사나 국민 감정은 그 다음 문제다. 철저하고 냉정한 현실 인식 아래 ‘친중’과 ‘친일’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야야 한다.
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