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산이 국내 일자리 줄인다고?…대기업 글로벌경영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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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中企도 성장…고용 늘어
베이징현대차 국내 고용 비협력사보다 40여명 많아
삼성 스마트폰 베트남 공장, 국내 고용 3년새 18배 급증
베이징현대차 국내 고용 비협력사보다 40여명 많아
삼성 스마트폰 베트남 공장, 국내 고용 3년새 18배 급증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연간 해외 매출은 각각 90%, 80%를 웃돈다. 생산 비중도 해외 쪽이 더 높다. 삼성전자 전체 휴대폰 생산량 중 국내 생산물량은 10%도 안된다. 현대차의 해외생산 비중도 작년에 50%를 넘어섰다. 이를 두고 ‘대기업이 해외 생산기지를 늘리면서 국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데 대기업의 해외 투자 확대가 국내 일자리를 늘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일 펴낸 보고서에서 “대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국내 중소·중견 협력사의 고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최남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고임금과 낮은 생산성, 강성노조 등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잇따르고 있지만, 대기업의 해외 투자가 꼭 국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며 “현대자동차가 2002년에 세운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차가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베이징현대차에 부품·원자재를 공급하는 현대차 협력사 80개(중소·중견기업)와 동종 업계에 속해 있는 비협력사 1만2275개의 실적과 국내 고용인원을 비교했다.
대기업 협력사 일자리, 비협력사보다 더 늘었다
분석 결과 2011년 비협력사들의 평균 고용인원은 79.86명으로 전년 대비 3.54% 늘어난 반면, 현대차 협력사들의 국내 고용은 118.87명으로 1년 전보다 4.45% 늘었다. 연간 평균매출도 비협력사는 2010년보다 12.36% 증가한 490억2600만원 인데 비해 현대차 협력사들은 20.18% 늘어난 660억7100만원이었다. 수출증가율도 비협력사의 경우 13.51%인 데 비해 현대차 협력사는 19.2%에 달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중국 공장을 통해 현지 판매량을 늘려가면서 협력사 매출도 증가하고, 부품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고용을 늘리는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핵심 부품을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납품하는 협력사들이 늘면서 국내 산업구조도 기술집약형으로 바뀌는 긍정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대기업 해외 투자 확대→중소·중견 협력사 매출 증대→부품 및 사업 경쟁력 강화→추가 고용 창출이란 ‘낙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해외 생산기지를 확충하면서 국내에서 조달하는 원자재·부품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기지인 베트남 옌퐁 공장은 현지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부품의 25%를 국내에서 들여온다. 덕분에 옌퐁 공장과 거래하는 국내 50여개 협력사 고용인원은 2009년 544명에서 작년 1만명으로 18.5배 늘었다.
아울러 해외 투자로 회사가 커지면서 삼성전자 국내 고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베트남 중국 등 해외 투자에도 불구하고 2008년 1만4400명이던 국내 인력을 작년 2만500명으로 42% 늘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 국내 고용이 감소한다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제품 경쟁력이 강화돼 매출이 늘면서 국내외 고용이 모두 증가한 것”이라며 “게다가 해외 투자로 국내에선 연구개발(R&D), 디자인, 기술인력 등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대기업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며 “대기업 해외 투자가 국내 중소·중견 기업에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오히려 대기업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길 수밖에 없는 국내 여건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율과 지나치게 엄격한 노동규제, 기업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경제민주화 입법 등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창출을 가로막는 ‘장벽’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대기업 해외 투자가 중소·중견 협력사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색안경을 끼고 해외 투자를 바라볼 필요는 없다”며 “다만 정부와 정치권이 애초에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태명/김현석 기자 chihiro@hankyung.com
한국경제연구원은 2일 펴낸 보고서에서 “대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국내 중소·중견 협력사의 고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최남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고임금과 낮은 생산성, 강성노조 등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잇따르고 있지만, 대기업의 해외 투자가 꼭 국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며 “현대자동차가 2002년에 세운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차가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베이징현대차에 부품·원자재를 공급하는 현대차 협력사 80개(중소·중견기업)와 동종 업계에 속해 있는 비협력사 1만2275개의 실적과 국내 고용인원을 비교했다.
대기업 협력사 일자리, 비협력사보다 더 늘었다
분석 결과 2011년 비협력사들의 평균 고용인원은 79.86명으로 전년 대비 3.54% 늘어난 반면, 현대차 협력사들의 국내 고용은 118.87명으로 1년 전보다 4.45% 늘었다. 연간 평균매출도 비협력사는 2010년보다 12.36% 증가한 490억2600만원 인데 비해 현대차 협력사들은 20.18% 늘어난 660억7100만원이었다. 수출증가율도 비협력사의 경우 13.51%인 데 비해 현대차 협력사는 19.2%에 달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중국 공장을 통해 현지 판매량을 늘려가면서 협력사 매출도 증가하고, 부품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고용을 늘리는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핵심 부품을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납품하는 협력사들이 늘면서 국내 산업구조도 기술집약형으로 바뀌는 긍정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대기업 해외 투자 확대→중소·중견 협력사 매출 증대→부품 및 사업 경쟁력 강화→추가 고용 창출이란 ‘낙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해외 생산기지를 확충하면서 국내에서 조달하는 원자재·부품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기지인 베트남 옌퐁 공장은 현지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부품의 25%를 국내에서 들여온다. 덕분에 옌퐁 공장과 거래하는 국내 50여개 협력사 고용인원은 2009년 544명에서 작년 1만명으로 18.5배 늘었다.
아울러 해외 투자로 회사가 커지면서 삼성전자 국내 고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베트남 중국 등 해외 투자에도 불구하고 2008년 1만4400명이던 국내 인력을 작년 2만500명으로 42% 늘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 국내 고용이 감소한다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제품 경쟁력이 강화돼 매출이 늘면서 국내외 고용이 모두 증가한 것”이라며 “게다가 해외 투자로 국내에선 연구개발(R&D), 디자인, 기술인력 등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대기업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며 “대기업 해외 투자가 국내 중소·중견 기업에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오히려 대기업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길 수밖에 없는 국내 여건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율과 지나치게 엄격한 노동규제, 기업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경제민주화 입법 등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창출을 가로막는 ‘장벽’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대기업 해외 투자가 중소·중견 협력사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색안경을 끼고 해외 투자를 바라볼 필요는 없다”며 “다만 정부와 정치권이 애초에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태명/김현석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