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스마트폰 값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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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석 IT과학부장 chabs@hankyung.com
요즘 동료나 지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스마트폰 좀 싸게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질문엔 이런 답을 해줄 수밖에 없다. “주말이나 야밤에 인터넷 카페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암호를 잘 해석해봐라.” 휴대폰 판매점들이 주말이나 심야에 인터넷 카페 등에서 스마트폰을 기습적으로 큰 폭 할인 판매하는 걸 이용하라는 얘기다. 특히 이들은 할인 금액을 감추기 위해 그날의 기온이나 재고 대수 등의 숫자로 가격을 위장 게시하는 만큼 암호 해독능력까지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보조금 규제로 값만 비싸져
대당 100만원 가까운 스마트폰 판매가격을 놓고 시장에서 이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유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휴대폰 보조금 규제 탓이다. 방통위는 통신사들이 소비자에게 휴대폰을 할인해줄 수 있는 폭(통신사 보조금 한도)을 대당 27만원으로 정해 놓았다. 그 이상 깎아주면 과징금 부과나 영업정지 등 규제의 ‘칼’을 휘두른다. 그러나 시장에서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통신사들은 감시의 눈을 피해 올빼미식으로 27만원 이상 할인 판매를 한다. 휴대폰 판매 사이트에서 기상천외한 암호가 돌아다니는 이유다.
정부가 스마트폰 할인 폭을 규제하는 명분은 ‘이용자 차별 해소’다. 통신사들이 특정 기간에 특정 지역, 특정 고객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건 소비자 차별이니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똑같은 신사복도 백화점이냐, 아울렛이냐에 따라 판매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동네 마트에서도 ‘30명 선착순 반짝 세일’로 삼겹살 값을 다르게 판다. 그런데 왜 스마트폰은 그렇게 팔면 안될까? 백보를 양보해 소비자 차별이 문제라면 소비자단체가 항의해야지, 왜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려고 할까? 이런 식으로 스마트폰 값을 통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란 대목에서 궁금증은 더 커진다.
그 이면엔 방통위와 통신사의 절묘한 이해 절충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방통위는 휴대폰 보조금을 규제하면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거대 통신사들에 막강한 권력을 갖는다. 방통위는 통신 3사엔 ‘갑(甲) 중의 갑’이다. 통신사들도 보조금 규제가 싫지만은 않다. 규제 덕분에 마케팅비를 아껴 이익을 더 낼 수 있어서다. 방통위가 휴대폰 보조금 규제를 강화했던 지난 2분기(4~6월) 통신 3사 마케팅비가 10% 안팎 줄면서 영업이익은 20~30% 늘어난 게 증거다. 통신사들은 방통위가 보조금 규제의 칼을 세게 휘두를수록 고개 돌려 웃는다. 이때 억울한 건 스마트폰을 싸게 살 권리를 박탈당한 소비자들이다. 소비자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가격 결정은 시장에 맡겨야
이런 말을 하면 방통위는 “모르는 소리 그만하라”고 한다. 보조금 규제를 없애면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투자는 안 하고 가격경쟁만 벌여 결국 통신서비스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도 방통위의 ‘넓은 오지랖’이다. 그건 정부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은 가격과 서비스로 이뤄진다. 소비자가 그 둘을 조합해 비교하며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게 시장이다. 통신서비스 질은 시장의 경쟁압력으로 좋아지는 것이지, 정부 규제로 향상되는 게 아니다.
상품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최선이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시장만 왜곡된다. 심야에 인터넷 뒤지고 암호 해석 못하는 소비자들은 언제까지 스마트폰을 비싼 값에 사야 하나.
차명석 IT과학부장 chabs@hankyung.com
보조금 규제로 값만 비싸져
대당 100만원 가까운 스마트폰 판매가격을 놓고 시장에서 이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유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휴대폰 보조금 규제 탓이다. 방통위는 통신사들이 소비자에게 휴대폰을 할인해줄 수 있는 폭(통신사 보조금 한도)을 대당 27만원으로 정해 놓았다. 그 이상 깎아주면 과징금 부과나 영업정지 등 규제의 ‘칼’을 휘두른다. 그러나 시장에서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통신사들은 감시의 눈을 피해 올빼미식으로 27만원 이상 할인 판매를 한다. 휴대폰 판매 사이트에서 기상천외한 암호가 돌아다니는 이유다.
정부가 스마트폰 할인 폭을 규제하는 명분은 ‘이용자 차별 해소’다. 통신사들이 특정 기간에 특정 지역, 특정 고객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건 소비자 차별이니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똑같은 신사복도 백화점이냐, 아울렛이냐에 따라 판매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동네 마트에서도 ‘30명 선착순 반짝 세일’로 삼겹살 값을 다르게 판다. 그런데 왜 스마트폰은 그렇게 팔면 안될까? 백보를 양보해 소비자 차별이 문제라면 소비자단체가 항의해야지, 왜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려고 할까? 이런 식으로 스마트폰 값을 통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란 대목에서 궁금증은 더 커진다.
그 이면엔 방통위와 통신사의 절묘한 이해 절충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방통위는 휴대폰 보조금을 규제하면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거대 통신사들에 막강한 권력을 갖는다. 방통위는 통신 3사엔 ‘갑(甲) 중의 갑’이다. 통신사들도 보조금 규제가 싫지만은 않다. 규제 덕분에 마케팅비를 아껴 이익을 더 낼 수 있어서다. 방통위가 휴대폰 보조금 규제를 강화했던 지난 2분기(4~6월) 통신 3사 마케팅비가 10% 안팎 줄면서 영업이익은 20~30% 늘어난 게 증거다. 통신사들은 방통위가 보조금 규제의 칼을 세게 휘두를수록 고개 돌려 웃는다. 이때 억울한 건 스마트폰을 싸게 살 권리를 박탈당한 소비자들이다. 소비자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가격 결정은 시장에 맡겨야
이런 말을 하면 방통위는 “모르는 소리 그만하라”고 한다. 보조금 규제를 없애면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투자는 안 하고 가격경쟁만 벌여 결국 통신서비스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도 방통위의 ‘넓은 오지랖’이다. 그건 정부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은 가격과 서비스로 이뤄진다. 소비자가 그 둘을 조합해 비교하며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게 시장이다. 통신서비스 질은 시장의 경쟁압력으로 좋아지는 것이지, 정부 규제로 향상되는 게 아니다.
상품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최선이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시장만 왜곡된다. 심야에 인터넷 뒤지고 암호 해석 못하는 소비자들은 언제까지 스마트폰을 비싼 값에 사야 하나.
차명석 IT과학부장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