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모든 소비자를 매혹시킬 순 없다…추종자를 만들어라
애플은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 ‘매킨토시’를 내놓았지만 실패했다. 애플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가이 가와사키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실패의)근본적인 원인은 고객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애플 직원들이 자사 제품에 너무 빠져버린 나머지 고객의 편에서 생각하지 않고 막연히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생각하겠지’라고 믿은 것이 실수였다.

《가이 가와사키의 시장을 지배하는 마케팅》은 25년 동안 애플에서 마케팅을 맡았던 저자가 경험과 노하우를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1983년 애플의 사무실에서 처음 본 매킨토시에 반해 애플에 입사했다. 그는 애플에서 일하는 동안 제품의 기능과 장점을 강조하는 기존의 마케팅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대신 각종 프레젠테이션과 소비자 행사, 기고문 등을 통해 애플만이 가진 매력을 전파하면서 자신을 애플 마케터가 아닌 ‘애플 전도사’라고 소개했다. 덕분에 애플 제품을 선호하는 이들은 자신들을 ‘소비자’가 아니라 ‘컬트(추종자)’로 여겼고, 뉴욕 맨해튼 5번가의 애플 스토어는 ‘애플 컬트라면 죽기 전에 반드시 한 번은 와야 하는 성지’가 됐다.

저자는 한 사람을 매혹하는 것이야말로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며 이렇게 강조한다. “(매혹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끌고 가기 위해 유혹하거나 현혹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매혹은 상대방의 머리와 가슴을 자발적으로 변화시켜 행동까지 바꾸는 것을 뜻한다.”

저자는 먼저 ‘나라면 하지 않을 일을 부탁하지 않는가’ ‘나와 상대방의 이익을 모두 충족하는가’ ‘당신에게 돌아올 이익이나 손해를 숨기지는 않는가’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둘러대지 않는가’ ‘만만한 사람들에게만 접근하지 않는가’ 등 다섯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고 말한다. 시장을 지배하고 싶다면 이 질문들 앞에서 당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에게, 내 제품에, 내 서비스에 매혹된 한 사람이야말로 어떤 마케팅 정책이나 이벤트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홍보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장과 소비자를 매혹할 9가지 마케팅 법칙을 제시한다. △모두를 내 편으로 만들 수는 없다 △포기할 것부터 정하라 △가까운 사람부터 움직여라 △최고의 전략은 사람이다 △10-20-30 원칙을 기억하라(슬라이드 10개, 프레젠테이션 20분, 파워포인트 글자 크기 30 이하) △디테일이 승부를 가른다 △가슴으로 따르게 하라 △당신의 보스는 무조건 좋은 사람이다 △나쁜 성공은 거절한다 등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