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명품진로', 중국 '백주(白酒)' 시장에 도전장
'참이슬' 등 한국 술, 주로 20~30대 젊은 소비자가 선호…한국문화 영향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현지 소비자가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명품진로'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제공= 하이트진로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현지 소비자가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명품진로'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제공= 하이트진로
# 중국 현지시각 지난달 29일 오후 5시. 수도 베이징(北京) 시내 한 대형마트에는 주류 판촉행사를 구경하기 위한 현지인들로 붐볐다. 국내 대표적 주류 제조업체인 하이트진로가 최근 중국 시장에 내놓은 '명품진로' 프로모션 때문이었다.

'명품진로'는 백주(白酒)와 같이 향이 진하고 도수가 높은 술이 강세인 중국 증류주 시장에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저도주' 콘셉의 소주다.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향도 가미했다. 90조 원 규모의 중국 주류시장에 내놓는 '출사표'인 셈이다.

국내에서 저도주라고 하면 통상 17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기존 소주들이 20도 안팎의 도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기준이 더 높다. 중국 주류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백주 시장(45%)에선 통상 50도 이상의 술이 주종이다. 이를 감안하면 하이트진로의 '명품진로(30도)'는 저도주에 속한다.

하이트진로가 중국 저도주 시장을 공략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시진핑 정부의 '반(反) 부패' 개혁 정책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말 취임 후 공무원과 군인 사회에 대한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값비싼 술 선물 금지 등 새로운 기풍을 촉구하는 '8개항 규정'을 각 성(成)에 하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50도 이상의 값비싼 독주가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개혁 정책 시행 이후 고가(高價)인 고도주의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는 게 하이트진로의 분석이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무주공산 격으로 남아 있던 저도주 시장을 공략하는 것.

하이트진로는 2007년 말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참이슬 클래식(20.1도)'과 '참이슬(19도)' 등 국내에서 판매하던 소주와 동일한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소비자 반응이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향을 가미하고 도수를 약 10도 올려 신제품을 내놨다.

◆ 현지 소비자 "한국 술, 젊은 층이 선호해…앞으로 기대"

이날 판촉행사에는 주로 중국 현지의 20~30대 젊은층이 몰려 관심을 끌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베이징 시내 60여 곳 오프매장에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오프매장이란 현지인들이 직접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쇼핑카트에 '명품진로' 두 세트를 담은 중국인 천 모씨(25)는 "얼마전 친구와 함께 중국에 있는 한국 음식점을 방문했다가 한국 술에 대해서 알게 됐다"며 "중국인들도 한국 음식을 먹을 땐 중국 술보다 한국 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술의 장점은 중국 술과 달리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것"이라며 "중국의 주류 문화도 변해가는 추세로 독한 술보단 자신의 기호에 맞는 술을 찾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점 늘어나면서 '녹색 병'에 들어 있는 한국 술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호기심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며 "기존 술에 길들여져 있는 50대 이상의 세대보단 20~30대 젊은 층 중심으로 한국 술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가 마련한 프로모션 매대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20~30대 중국 젊은이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들은 기존 중국 제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세련된 포장과 판촉 도우미 등을 주로 관심 있게 봤다.

이충수 하이트진로 중국법인장은 "이와 같은 프로모션을 현재 중국 시내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며 "향후 5년 내 현재 3000여 개인 오프 매장을 1만 개까지 늘려 점유율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일본 '청주'와 차별화는 과제…소주 대신 '브랜드' 알리는 전략

그러나 일본 청주와의 차별화는 과제로 지적됐다. 한국식 술에 대한 개념이 없는 중국인들은 소주를 청주의 일종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는 한국 술 매대./ 사진제공= 하이트진로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는 한국 술 매대./ 사진제공= 하이트진로
이에 현지에 나가 있는 국내 업체들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소주를 알리는 대신 브랜드 자체를 인식시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 중국법인장은 "중국인들이 소주는 잘 모르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한류스타들이 마시던 '녹색 병'은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그 병 안에 들어 있는것이 소주'라고 홍보하기 보단 브랜드 자체를 알리는 게 훨씬 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이 같은 전략은 실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중국 수출 실적은 624만 달러로, 2011년보다 20.9% 증가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종별로는 소주 425만 달러, 맥주 194만 달러, 위스키 등 기타 제품 5만 달러를 수출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중국 수출 실적이 1000억 원을 돌파하더라도 현지 주류시장 점유율에선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향후 전자상거래 시장까지 유통망을 확대해 시장점유율 3%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