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식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회장, "문선명 꿈 이루는 코디네이터될 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담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서울 중림시장과 청파동 영세상점 사이로 10층짜리 회색건물이 눈에 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 본부. 생소한 이름이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통일교 색깔이 짙게 묻어난다.
가정연합은 올해 바뀐 통일교의 새 이름이다. 고(故) 문선명 전 총재가 강조했던 가정 중심과 남북 통일의 이념을 담아 개명했다.
양창식 가정연합 한국회장(60·사진)은 그곳에서 조용히 일행을 맞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문 전 총재와 첫 인연을 맺은 양 회장은 문 전 총재와 가정연합 교리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선입견과 달리 종교인 특유의 신앙심이 위화감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 화합을 중시하는 가정연합 특유의 색깔 덕분인 듯했다.
양 회장은 '통일교'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지난해 8월 문 전 총재의 타계 이후 그는 가정연합의 실무를 도맡아 보고 있다. 자신을 '문 전 총재의 꿈 실현 코디네이터'로 표현했다. 그는 문 전 총재가 갔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장학사업, 다문화가정 지원 등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며 통일교와 가정연합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양 회장이 올 2월 설립한 장학재단에 힘을 쏟고 있다. 장학재단 '원모평애재단'을 통해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지원, 상담, 초·중·고생 후원을 하고 있다. 문 전 총재 타계 때 모인 기금 전액도 장학사업에 투입했다.
북한과의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개방·자유경제로의 변화를 돕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정연합은 최근 남북 민간교류 사업인 평화자동차와 보통강호텔의 운영권을 북한에 넘겼다. 기업 이익을 떠나 북한이 세계화 시대에 동참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안고 전라남도 함평에서 서울까지 천리길을 걸어 문 전 총재를 만났다. 그 후 43년간 가정연합에 몸을 담았다. 올해 환갑을 맞은 그는 문 전 총재를 만나러 온 열정적인 10대 청소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한학자 총재와 함께 가정연합을 이끌어 갈 양 회장을 11일 만났다.
-문 전 총재와의 인연이 깊습니다. 생전 어떤 분이었나요.
"문 전 총재는 한국인이었지만 세계인이었습니다. 한 종교의 창설자이지만 종교를 뛰어넘는 사람이었습니다. 지난달 23일 1주기 추모식을 주관하면서 문 전 총재의 초인류적인 사랑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종교인들은 독단에 빠지기 쉽지만 문 전 총재는 권위와 차별이 없는 사랑을 베풀었죠."
-문 전 총재 시절의 통일교와 가정연합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문 전 총재는 '이상 가정을 통한 세계 평화의 실현'을 꿈꿨습니다. 이상 가정은 조부모와 부모, 자녀 등 3대가 어우러지는 가정을 말합니다. 이를 근간으로 한 이념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을 바꿨습니다. 기본적으로 걷는 길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가정연합은 대외적인 사회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가정을 위한 지원입니까.
"문 전 총재의 유지를 받들어 장학사업과 다문화 가정 지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 총재가 어머니의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죠. 이상 가정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이 맞습니다."
- 바뀐 이름에도 '통일'은 여전히 자리해 있습니다. 남북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요.
"새로 협력할 분야를 찾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이면서도 북한이 세계화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요. 평화자동차를 운영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의 순수한 노동 윤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이 일단 개방하면 중공업 시장에서 세계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향후 남북관계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대단히 밝게 봅니다. 현재 북한은 폐쇄적인 이데올로기적 가치관에서 국제적으로 커밍아웃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이런 시기에 개성공단이 재가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남북관계 긴장이 완화되면서 이산가족 상봉도 이뤄지게 됐습니다."
-가정연합은 긴장국면 속에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북한이 대화에 응한 배경은.
"북쪽은 종교적인 성격을 띤 이데올로기 국가입니다. 어떤 종교보다 광신적인 북한은 종교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자존심을 건드려선 안되죠. 역대 우리나라 정권이 북한과의 대화에 실패한 이유도 이 점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북쪽을 대할 때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가정연합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업활동입니다. 기업 운영 목적을 설명해 주세요.
"현재 수산, 리조트, 제약 업체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조7000억 원 정도입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이유는 통일그룹을 지원하는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익에 목적을 둔 사업이 아닙니다. 가정연합은 내세적인 영적 가치관 만을 추구하는 종교가 아니어서 물질적인 기반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가정연합의 미래상이 궁금합니다.
"현재 한 총재가 가까운 제자들과 함께 문 전 총재의 뜻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차세대 가정연합은 7남6녀의 자녀들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4남 국진 씨와 7남 형진 씨의 재산권 소송을 두고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는 자녀들이 부모의 뜻을 계승하기 위한 선의의 경쟁으로 보고 싶습니다. 현명하고 우수한 문 전 총재의 자녀들이 앞으로의 가정연합을 이끌 것입니다."
◆ 양창식 회장은…
고려대 철학과를 나왔다. 감리교신학대학원과 미국 UTS(통일신학교)에서 종교학 석사, 뉴욕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선문대 명예박사이기도 하다. 1997~2006년과 2010~2012년 가정연합 미국회장을 역임했다. 2008년부터 가정연합 한국회장을 맡고 있다.
정리=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가정연합은 올해 바뀐 통일교의 새 이름이다. 고(故) 문선명 전 총재가 강조했던 가정 중심과 남북 통일의 이념을 담아 개명했다.
양창식 가정연합 한국회장(60·사진)은 그곳에서 조용히 일행을 맞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문 전 총재와 첫 인연을 맺은 양 회장은 문 전 총재와 가정연합 교리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선입견과 달리 종교인 특유의 신앙심이 위화감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 화합을 중시하는 가정연합 특유의 색깔 덕분인 듯했다.
양 회장은 '통일교'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지난해 8월 문 전 총재의 타계 이후 그는 가정연합의 실무를 도맡아 보고 있다. 자신을 '문 전 총재의 꿈 실현 코디네이터'로 표현했다. 그는 문 전 총재가 갔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장학사업, 다문화가정 지원 등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며 통일교와 가정연합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양 회장이 올 2월 설립한 장학재단에 힘을 쏟고 있다. 장학재단 '원모평애재단'을 통해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지원, 상담, 초·중·고생 후원을 하고 있다. 문 전 총재 타계 때 모인 기금 전액도 장학사업에 투입했다.
북한과의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개방·자유경제로의 변화를 돕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정연합은 최근 남북 민간교류 사업인 평화자동차와 보통강호텔의 운영권을 북한에 넘겼다. 기업 이익을 떠나 북한이 세계화 시대에 동참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안고 전라남도 함평에서 서울까지 천리길을 걸어 문 전 총재를 만났다. 그 후 43년간 가정연합에 몸을 담았다. 올해 환갑을 맞은 그는 문 전 총재를 만나러 온 열정적인 10대 청소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한학자 총재와 함께 가정연합을 이끌어 갈 양 회장을 11일 만났다.
-문 전 총재와의 인연이 깊습니다. 생전 어떤 분이었나요.
"문 전 총재는 한국인이었지만 세계인이었습니다. 한 종교의 창설자이지만 종교를 뛰어넘는 사람이었습니다. 지난달 23일 1주기 추모식을 주관하면서 문 전 총재의 초인류적인 사랑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종교인들은 독단에 빠지기 쉽지만 문 전 총재는 권위와 차별이 없는 사랑을 베풀었죠."
-문 전 총재 시절의 통일교와 가정연합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문 전 총재는 '이상 가정을 통한 세계 평화의 실현'을 꿈꿨습니다. 이상 가정은 조부모와 부모, 자녀 등 3대가 어우러지는 가정을 말합니다. 이를 근간으로 한 이념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을 바꿨습니다. 기본적으로 걷는 길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가정연합은 대외적인 사회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가정을 위한 지원입니까.
"문 전 총재의 유지를 받들어 장학사업과 다문화 가정 지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 총재가 어머니의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죠. 이상 가정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이 맞습니다."
- 바뀐 이름에도 '통일'은 여전히 자리해 있습니다. 남북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요.
"새로 협력할 분야를 찾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이면서도 북한이 세계화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요. 평화자동차를 운영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의 순수한 노동 윤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이 일단 개방하면 중공업 시장에서 세계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향후 남북관계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대단히 밝게 봅니다. 현재 북한은 폐쇄적인 이데올로기적 가치관에서 국제적으로 커밍아웃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이런 시기에 개성공단이 재가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남북관계 긴장이 완화되면서 이산가족 상봉도 이뤄지게 됐습니다."
-가정연합은 긴장국면 속에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북한이 대화에 응한 배경은.
"북쪽은 종교적인 성격을 띤 이데올로기 국가입니다. 어떤 종교보다 광신적인 북한은 종교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자존심을 건드려선 안되죠. 역대 우리나라 정권이 북한과의 대화에 실패한 이유도 이 점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북쪽을 대할 때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가정연합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업활동입니다. 기업 운영 목적을 설명해 주세요.
"현재 수산, 리조트, 제약 업체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조7000억 원 정도입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이유는 통일그룹을 지원하는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익에 목적을 둔 사업이 아닙니다. 가정연합은 내세적인 영적 가치관 만을 추구하는 종교가 아니어서 물질적인 기반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가정연합의 미래상이 궁금합니다.
"현재 한 총재가 가까운 제자들과 함께 문 전 총재의 뜻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차세대 가정연합은 7남6녀의 자녀들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4남 국진 씨와 7남 형진 씨의 재산권 소송을 두고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는 자녀들이 부모의 뜻을 계승하기 위한 선의의 경쟁으로 보고 싶습니다. 현명하고 우수한 문 전 총재의 자녀들이 앞으로의 가정연합을 이끌 것입니다."
◆ 양창식 회장은…
고려대 철학과를 나왔다. 감리교신학대학원과 미국 UTS(통일신학교)에서 종교학 석사, 뉴욕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선문대 명예박사이기도 하다. 1997~2006년과 2010~2012년 가정연합 미국회장을 역임했다. 2008년부터 가정연합 한국회장을 맡고 있다.
정리=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