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은채정 마르시끄 사장, 김선경 이즈디자인 사장,서은미 유니바스 사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왼쪽부터 은채정 마르시끄 사장, 김선경 이즈디자인 사장,서은미 유니바스 사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프랑스 물루즈국립고등아트학교(학사)와 랭스국립고등디자인아트학교(석사)를 수석 졸업한 디자이너 김선경 이즈디자인 사장. 그는 추석연휴 기간에도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 있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주로 머물며 제품 개발에 몰두할 계획이다.

김 사장이 만들고 있는 제품은 ‘자이언트 북’이다. 골판지로 집이나 도시, 동물원 등을 만들어 그 안에서 아이들이 놀며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미술 제품이다.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도쿄 기프트쇼’에 자이언트 북 샘플을 출품해 호평을 받았고, 일본 바이어들로부터 ‘완성품을 빨리 보내달라’는 독촉을 받고 있다.

김 사장처럼 제품 개발에 몰두하는 여성 기업인들이 안산·창원·경산·광주광역시 등 전국 4곳에 있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49명이나 된다. 지난 3월 입소한 이들은 6월 말까지 교육을 받은 뒤 대부분 회사를 창업했다. 내년 2월 졸업하기 전에 ‘세계 무대에 내놓을 만한 나만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있는 3차원(3D)프린터나 컴퓨터수치제어(CNC)선반 등 첨단장비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이들에게 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여성 기업인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개교 첫해인 2011년 9.4%에서 2012년 12.8%, 올해는 16.3%(301명 중 49명)로 늘었다.

우영환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 팀장은 “대기업이나 연구소에 충분히 입사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과 학력을 갖췄는데도 황무지 같은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여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편한 길을 가기보다는 나만의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계무대에 도전해보겠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들이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은채정 마르시끄 사장은 ‘한국의 에스티 로더’를 꿈꾸고 있다. 에스티 로더는 화장품으로 성공한 세계적인 여성 기업인이다. 은 사장은 서울대 대학원(약학과)을 졸업한 뒤 같은 학교 출신인 약사 박경은 씨와 함께 ‘속눈썹을 위로 올려주는 새로운 개념의 컬링기’를 개발해 국제발명특허를 출원했다. 은 사장은 “눈썹이 뽑히거나 화상의 위험을 없앤 제품으로 이번 추석 중 모형제품을 완성한 뒤 곧 완제품 생산에 나설 것”이라며 “친구들에게 반응을 물었더니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숙명여대와 중국 국립우한대에서 복수 학위를 취득한 서은미 유니바스 사장은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세면대용 스마트 배수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콘택트렌즈나 이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장치다. 서 사장은 “이 제품에 대해 발명특허와 실용신안을 획득했다”며 “제조업을 하는 아버지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창업의 꿈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미국 시카고미술대를 졸업한 뒤 국비장학생으로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장성은 놀라디자인 사장은 기존 휴대폰 충전기의 단점인 단선 등을 개선한 ‘카드형 플러그 충전기’를 개발 중이다.

서강대 대학원을 졸업한 노현지 네모레이드 사장은 디지털정보를 3D로 시각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추석연휴에도 창업자들이 제품을 개발 할 수 있도록 문을 열 예정이다.

안산=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