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힘들다" 외국기업도 '비명'
국내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 근로자들에 비해 소득세를 덜 낸다. 정부가 외국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 감면 혜택(조세특례)을 주기 때문이다.

2003년에 2년 일몰 조건으로 첫 도입한 이후 매번 기한을 연장해줬다. 이 특례에 따라 작년까지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반적인 소득세율(6~38%) 대신 15%의 단일 세율을 적용받았다.

정부는 작년 말 감면 혜택 기한이 끝나자 올해 1월1일부터 세율을 17%로 높이는 조건으로 2년 더 연장해줬다.

그런데 정부가 8개월 만인 지난달 이 혜택을 갑자기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세법 개정안에 이 감면 혜택 대상을 ‘한국에서 근무한 지 최대 5년까지’로 제한하기로 했다. 외국 기업 대주주도 감면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국내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내년 세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큰 타격을 입는 외국 기업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세법 규정을 1년도 안돼 손바닥 뒤집듯 또 바꾸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다.

외국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들은 KOTRA를 통해 기재부에 세법 개정안 내용을 수정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틸로 헬터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은 “소득세 감면 혜택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한국의 투자환경을 악화시키는 조치”라며 “규제와 법은 연속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규제에 기업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까지도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규제와 법을 만들면서 정작 기업의 의견은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세 감면 혜택뿐만이 아니다. 통상임금 논란,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 등 화학 관련 규제에 대해서도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와 ECCK, 서울재팬클럽 등은 이달 초 정부에 화관법 등 신규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노조 파업 등 노동 여건에 대한 외국 기업의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급증하는 기업 관련 규제로 한국이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와카바야시 다카시 서울재팬클럽 회장은 “규제가 많아지면 기업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계도 같은 생각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19대 국회가 개원한 작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358건의 규제가 새로 만들어지거나 강화됐다”며 “법인세 부담이 경쟁국보다 높고 노동유연성도 낮은데 규제만 잔뜩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명/전예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