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콘텐츠공제조합 왜 필요한가
콘텐츠란 용어가 산업과 결부돼 사용된 것은 2000년부터다. 그러니까 콘텐츠산업은 불과 10년 사이 연매출 88조원, 수출 28억달러(2012년 기준) 규모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셈이다. 세계의 안방을 휘어잡은 드라마 ‘대장금’, 120개국에 수출되는 ‘뽀로로’, 싸이 열풍을 불러 일으킨 ‘강남스타일’은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 콘텐츠산업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창의적 인재와 이들의 아이디어를 끄집어내 빛을 보게 한 창의적 자본이 꼽힌다. 그동안 정부는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벤처캐피털이 결성·운영하는 모태펀드에 지속적으로 출자했고, 완성될 콘텐츠를 담보로 융자받는 완성보증제도를 운영하는 등 창의적 자본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중소 콘텐츠업체 셋 중 둘은 돈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물적 담보가 없는 대부분의 영세 콘텐츠 업체들은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식재산권에 대한 가치 평가가 미흡해 콘텐츠 가치를 토대로 재원을 조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설립될 콘텐츠공제조합은 콘텐츠 업체들에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콘텐츠산업 특성을 반영한 가치평가 모형을 토대로 신용보증, 이행보증 및 하자보증, 투자를 추진함으로써 영세 콘텐츠 업체들에 필요한 자금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공제조합이 가야 할 길은 멀다. 무엇보다 초기 적정 규모의 재원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류의 최대 수혜자인 대기업들이 콘텐츠공제조합 자금 조성에 역할을 하는 것은 어떨까. 중소 콘텐츠업체와 제조 대기업이 상생·발전하기 위한 문화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건 콘텐츠에 자양분을 공급해 한류를 확산시킴으로써 대기업 수출이 증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새로 설립되는 콘텐츠공제조합이 제2·제3의 대장금, 뽀로로, 강남스타일을 탄생시키고 대·중소기업의 상생도 이끌어내는 창조적 생태계 조성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소영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