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엔 아직 경주장만 덩그러니…돈 버는 F1 '머나먼 길'
포뮬러원(F1) 코리아그랑프리가 열리는 전남 영암군의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은 2010년 완공된 걸음마 단계의 경주장이다.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선진국 일본을 대표하는 스즈카서킷은 아직 갈 길이 먼 KIC에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어떤 부대시설과 콘텐츠가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영암군 삼호읍 간척지에 세워진 KIC 주변에는 경주장 트랙과 관중석 스탠드 외에 별다른 시설이 없다. F1 같은 대회 때나 사람들이 몰릴 뿐 평소에는 사람들이 찾기 힘든 장소다. 그나마 모터스포츠 꿈나무를 육성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개장한 카트장이 사실상 유일한 부대시설이다.

이에 비해 올해 개장 51주년 맞은 ‘일본 모터스포츠의 심장’으로 불리는 스즈카서킷은 다양한 부대시설과 풍부한 콘텐츠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스즈카서킷은 대도시인 나고야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미에현 스즈카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스즈카서킷의 메인그랜드스탠드 뒤로는 놀이공원의 대관람차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놀이공원을 놀러온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모터스포츠 팬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놨다. 경주장 한 편에는 카트장도 마련돼 있어 어린이나 일반인들이 카트를 타고 실제로 자신만의 레이스를 즐기기도 한다. 50주년인 지난해엔 가족들이 함께 모터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관련 영화를 상영하는 ‘레이싱극장’도 만들었다.

스즈카서킷은 일본의 장기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연간 200만여명이 관람객을 받아들여 200억엔(약 220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흑자를 기록했다. 아라키 마사카즈 스즈카서킷 총지배인은 “스즈카서킷에서는 한 해 F1을 포함해 세계대회 3회, 전 일본 선수권이 6회 개최되고 1년 동안 아마추어 레이스는 거의 매주 열린다”며 “공식 레이스가 없을 땐 자동차회사의 시험주행과 고객 초청 시승행사, 동호회 레이싱 등이 열려 낮에는 365일 거의 풀가동된다”고 말했다.

F1 코리아그랑프리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KIC를 중심으로 모터스포츠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진행 중”이라며 “모터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