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담 크다…당정 "근로시간 단축 법안 완화" 의견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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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추적 - 법정 근로 단축 논의 어디까지
기업규모 따라 단계 시행 등 논의
여야 의원 발의안보다 대폭 완화
野 반발로 국회통과 여부는 불투명
기업규모 따라 단계 시행 등 논의
여야 의원 발의안보다 대폭 완화
野 반발로 국회통과 여부는 불투명
정부와 새누리당이 올 정기 국회 최대 쟁점인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입법(근로기준법) 수위를 당초보다 대폭 낮추기로 합의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현행 주당 16시간까지 허용하던 토·일요일 등 휴일근로를 없애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고용률 70% 달성’이란 대통령선거 공약 실천을 위해 관련 입법을 추진했고, 야당도 이에 동조해 왔다. 그러나 근로시간을 갑자기 단축하면 중소기업 등 산업계의 부담이 크다는 반발에 부딪히자 정부와 여당은 근로시간 단축 시기를 늦추고 유예기간을 두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했다.
◆당정, 근로시간 단축 입장 재정리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달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당정회의를 열어 근로기준법 개정 방향을 조율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정은 이 자리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선(先) 대기업, 후(後) 중소기업 등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노사 합의 시 최대 1년간 주당 연장근로를 20시간(기존 방안은 12시간 제한)으로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여당 관계자는 “고용부는 고용률 70%라는 공약 달성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산업부에서 기업 부담 가중을 들어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이번 당정 협의안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기존 입법안을 크게 완화한 것이다.
여야는 지난 6월부터 세 가지 의원 입법안을 놓고 논의를 벌여왔다. 민주당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공포 후 즉시 시행’(한정애 의원 대표 발의안)을 주장해왔고 새누리당은 이완영·김성태 의원 대표 발의안을 토대로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되, 노사가 합의하면 3~6개월간 최대 60시간까지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게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결국 당정 협의안은 이·김 의원 발의안보다 유예기간을 1년으로 더 늘려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행 시기는 확정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협의 과정에서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여당 관계자는 “상시근로자 수에 따라 2014년부터 2020년까지 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이완영 의원안, 2년의 준비기간을 둔 뒤 2016년부터 3년간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김성태 의원안을 놓고 야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는 ‘글쎄’
당정이 근로시간 단축 시행 시기를 늦추기로 한 것은 기업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다는 점 때문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기업들이 시간제 근로자를 늘려 추가 고용을 창출할 것이란 당초 기대와 달리 산업 현장의 생산성 저하,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의 문제만 초래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부담이 더 크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계 단체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휴일근무를 하지 못하게 되면 기업들은 추가로 고용을 늘려야 하는데, 대다수 중소기업은 그럴 여력도 없고 뽑을 수 있는 인력도 제한돼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정부와 여당 협의안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다.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관련 법 공포 후 최대한 빨리 시행하자는 게 야당의 주장인데 시행 시기를 대폭 늦추자는 당정 협의안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은 현 정부의 핵심 공약이란 점에서 기초연금에 이어 이번 협의안도 공약 후퇴로 공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산업계의 반발도 클 전망이다. 당정 협의안이 기존 의원입법안보다 완화되긴 했지만 시행 시기가 너무 급하다는 게 산업계의 주장이다.
재계 단체 관계자는 “내년 1월 관련 법이 시행되고 1년간 연장근로를 주당 20시간 허용한다고 해도, 기업들은 지금보다 8시간의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며 “2010년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2020년까지 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이자고 합의했는데, 갑자기 법으로 강제하면 기업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사 갈등에 대한 우려도 크다. 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줄이면 임금도 같이 줄여야 하는데 노동계에서 이를 받아들이겠느냐”며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면 노사관계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호기/이태명 기자 hglee@hankyung.com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고용률 70% 달성’이란 대통령선거 공약 실천을 위해 관련 입법을 추진했고, 야당도 이에 동조해 왔다. 그러나 근로시간을 갑자기 단축하면 중소기업 등 산업계의 부담이 크다는 반발에 부딪히자 정부와 여당은 근로시간 단축 시기를 늦추고 유예기간을 두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했다.
◆당정, 근로시간 단축 입장 재정리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달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당정회의를 열어 근로기준법 개정 방향을 조율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정은 이 자리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선(先) 대기업, 후(後) 중소기업 등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노사 합의 시 최대 1년간 주당 연장근로를 20시간(기존 방안은 12시간 제한)으로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여당 관계자는 “고용부는 고용률 70%라는 공약 달성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산업부에서 기업 부담 가중을 들어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이번 당정 협의안은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기존 입법안을 크게 완화한 것이다.
여야는 지난 6월부터 세 가지 의원 입법안을 놓고 논의를 벌여왔다. 민주당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공포 후 즉시 시행’(한정애 의원 대표 발의안)을 주장해왔고 새누리당은 이완영·김성태 의원 대표 발의안을 토대로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되, 노사가 합의하면 3~6개월간 최대 60시간까지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게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결국 당정 협의안은 이·김 의원 발의안보다 유예기간을 1년으로 더 늘려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행 시기는 확정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협의 과정에서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여당 관계자는 “상시근로자 수에 따라 2014년부터 2020년까지 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이완영 의원안, 2년의 준비기간을 둔 뒤 2016년부터 3년간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김성태 의원안을 놓고 야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는 ‘글쎄’
당정이 근로시간 단축 시행 시기를 늦추기로 한 것은 기업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다는 점 때문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기업들이 시간제 근로자를 늘려 추가 고용을 창출할 것이란 당초 기대와 달리 산업 현장의 생산성 저하,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의 문제만 초래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부담이 더 크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계 단체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휴일근무를 하지 못하게 되면 기업들은 추가로 고용을 늘려야 하는데, 대다수 중소기업은 그럴 여력도 없고 뽑을 수 있는 인력도 제한돼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정부와 여당 협의안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다.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관련 법 공포 후 최대한 빨리 시행하자는 게 야당의 주장인데 시행 시기를 대폭 늦추자는 당정 협의안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은 현 정부의 핵심 공약이란 점에서 기초연금에 이어 이번 협의안도 공약 후퇴로 공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산업계의 반발도 클 전망이다. 당정 협의안이 기존 의원입법안보다 완화되긴 했지만 시행 시기가 너무 급하다는 게 산업계의 주장이다.
재계 단체 관계자는 “내년 1월 관련 법이 시행되고 1년간 연장근로를 주당 20시간 허용한다고 해도, 기업들은 지금보다 8시간의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며 “2010년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2020년까지 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이자고 합의했는데, 갑자기 법으로 강제하면 기업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사 갈등에 대한 우려도 크다. 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줄이면 임금도 같이 줄여야 하는데 노동계에서 이를 받아들이겠느냐”며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면 노사관계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호기/이태명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