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현대차가 中공장 늘리는 이유
중국은 2009년을 전후해 생산과 판매에서 미국,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 최대 자동차 대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했다. 작년 한 해에만 1930만대의 자동차가 중국에서 판매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다른 선진 업체들에 비해 늦은 2002년에 중국에 진출했다. 그런데도 폭스바겐, GM에 이어 3위의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초까지 연산 178만대의 승용차 생산능력을 중국 내에 갖출 예정이다. 기아차를 제외한 현대차의 2012년 국내 생산 능력이 187만대(중대형 상용 포함)인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 국내 규모에 근접하는 생산능력이 중국에 건설되는 셈이다.

1996년에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 아산공장은 그 후 건설된 해외 공장들의 표준 모델 역할을 해 왔다. 아산공장의 건설은 현대차가 생산기술의 ‘추격자’에서 대등한 ‘경쟁자’의 위치에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이정표였다.

아산공장은 대립적 노사관계의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대규모 고용조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난 직후인 1998년 10월 아산공장은 노사 ‘평화선언’을 했다. 회사가 종업원 모두에게 고용 보장을 약속하는 대신 노조는 무파업을 약속하는 내용의 ‘사회적 협약’이었다. 그러나 무급휴직자들이 복직하면서 아산공장의 노사관계는 대립과 불신의 고용조정 이전 상태로 돌아가고 말았다.

아산공장 건설을 담당했던 임원이 2002년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자동차의 최고경영자로 발령받은 것은 그 의미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실현하지 못한 현대차의 꿈을 중국에서 실현해 보라는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이 넘은 지금 베이징현대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최고의 성과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유수 완성차업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한 생산라인에서 4~5개의 모델을 함께 생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주문 생산’을 실현하고 있다. 2013년 베이징현대 3공장의 생산성 지표인 자동차 1대당 투입시간(HPV)은 17시간으로 동일 차량을 생산하는 울산 2공장 32시간의 절반 수준이다. 편성효율은 90%로 60%대(울산 2공장)에 불과한 국내 공장에 비해 훨씬 높다. 가동률도 99% 수준에 달한다.

베이징현대의 성공에는 협력적 노사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 중국 현지 근로자들의 조직인 공회(노조)는 회사의 방침을 전달해 줄 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고충을 처리하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의 숙련도를 향상시키는 다능공화와 직능자격제도, 관리자로의 승진 등 혁신적 인사 제도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현대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월 6300위안으로 국내 공장의 15~16% 정도에 불과하다. 급여 체계는 동일한 호봉제이긴 하지만, 평균 연령이 26세이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국내 공장에 비해 크게 낮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불과 1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 중국에 ‘꿈의 공장’을 만들려고 한 현대차의 드림이 성공한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중국 근로자들보다 5~6배 많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생산성은 절반에 불과한 국내 공장은 지속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 것일까.

국내 공장이 살아남으려면 더 이상 늦기 전에 혁신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 현대차 국내 공장은 에쿠스, 제네시스 등의 고급차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관계에서도 뿌리 깊은 불신을 극복하고, 최고 수준의 명차를 만드는 파트너십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정말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조형제 < 울산대 사회학 교수 hjjo@ulsa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