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SSM'이 뭐길래...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국감장 나오나
"대형마트가 탱크라면 대기업 간판을 내건 상품공급점은 골목상권을 초토화 시키는 보병이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사전 예고 없던 국정감사장에 나올 처지에 놓였다.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장에서 대형유통사의 골목상권 침해가 도마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강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이마트의 간판을 단 상품공급점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영세상인들이 해야하는 구멍가게 역할까지 하는 등 동반성장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이마트 허인철 대표에게 따져 물었다.

허 대표는 그러나 "대형마트의 운영을 맡고 있을뿐 상품공급점에 대해선 모른다"라며 답변을 거듭 피했다.

산업위에 따르면 상품공급점의 정체가 불분명하다. 상품공급점은 대형마트가 관여하고 있는 SSM과 달리 법률상 개인사업자 형태의 유통업이다. '변종 SSM'으로 불리고, 허 대표가 '대형마트와 상관이 없는 얘기'라고 대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선 그러나 상품공급점이 대형마트의 간판, 물류시스템, 결제전산체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SSM과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언주 민주당 국회의원은 "상품공급점이라는 변종SSM은 사업자 등록만 개인으로 돼 있지 대형마트와 SSM의 물류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대기업 간판과 포스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SSM과 별 차이가 없다"며 "단지 SSM가맹계약서가 아니라 상품공급계약, 간판 등 용역사용계약 등으로 쪼개서 계약을 한다는 이유로 현행 규제 법망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품공급점은 최근 빠르게 골목상권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형태가 존재하지 않았던 상품공급점이 올해 5월까지 전국적으로 610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 중 이마트의 자회사인 (주)에브리데이리테일이 상품을 공급하는 이마트에브리데이가 353개, 롯데쇼핑(주)이 상품공급을 책임지는 롯데슈퍼와 하모니마트가 256개로 가장 많다.

'우후죽순' 확장을 견디지 못한 중소상인들도 반발에 나섰다. 광주지역 중소상인들은 지난 4월 변종SSM으로 알려진 상품공급점이 대형마트의 가맹사업임을 밝혀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상품공급점을 준대규모점포에 포함시켜 규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광주지역에서 동네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정범호 씨(56·가명)는 "대형마트가 탱크라면 상품공급점은 골목에 남아 있는 패잔병을 초토화시키는 보병의 역할"이라며 "운영만 개인이 하지 대기업의 탈을 쓰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 산업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한 허 대표의 태도에 반발, 다음달 1일 열리는 중소기업청 종합 감사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추가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이 직접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할 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