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간 쇼핑한 외국인…지갑에 얼마나 더 있을까
외국인이 16일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며 34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기존 최장이었던 1998년 연속 순매수 기록과 같아졌다. 증권업계에선 이 기간 12조원 가까이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나서고 있는 외국인들은 과거와 달리 장기투자 성격의 자금일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한국 증시를 등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98년과 2013년은 다르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08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순매수를 시작한 지난 8월23일부터 이날까지 11조8383억원어치를 샀다. 17일에도 외국인이 순매수를 이어가면 1998년 기록(34일 연속·1월20일~3월3일)을 따돌리고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한다. 이날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보유 시가총액은 422조6231억원(35.48%)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998년과 2009년(20일 연속·7월15일~8월11일)에는 각각 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국 증시가 급락해 가격 매력을 노린 외국 자금이 유입됐다”며 “코스피지수 2000을 넘어서도 계속 사들이는 외국인은 한국 증시 전망이 다른 이머징 국가들보다 좋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0을 돌파한 뒤 들어온 자금은 장기보유 성격일 가능성이 높아 외국인 매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1% 하락한 2034.61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장중 2049.50까지 오르며 전고점인 2050 돌파 기대를 키웠으나 펀드 환매에 따른 자산운용사의 1409억원 매물이 나오면서 하락했다.

‘변수’에서 ‘상수’ 된 외국인

전문가들은 향후 외국인 매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순매수가 끊길 만한 계기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낙폭이 컸던 신흥국 주가가 최근 오르는 등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 기대가 커졌다”며 “외국인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주를 사면서 가격이 싼 은행주에도 손을 뻗치고 있는 걸 보면 한국 증시에 ‘베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등 매수 주체들은 지수가 2050을 넘기면 상승 기대가 있는 종목을 다시 사게 된다”며 “국내 경기 회복 기대가 크기 때문에 2040선까지 끌어올렸던 대형 경기민감주는 2050을 넘겨도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 매수에도 한계는 있다. 처음으로 2000 고지를 돌파한 지난달 11일(2003.85) 이후 이날까지 외국인은 6조597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53%에 그쳤다. 이 기간 펀드 환매 압력으로 자산운용사들이 3조원 가까이 매물을 내놓는 등 기관이 부진했고 개인 역시 ‘팔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2050을 돌파한 다음 자산운용사가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이고운/윤희은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