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보상금은 눈먼 돈?
기타리스트 최모씨(36)는 연극 뮤지컬 영화 등에 쓰이는 음악을 녹음하는데 연주자로 참여해 월평균 수십만원을 번다. 자신이 참여한 음악이 방송 등에 사용되면 따로 돈을 받아야 하지만 기억이 별로 없다. 방송사 등이 관련 협회에 대가를 지급해도 최씨에게 잘 전달되지 않아서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최씨는 저작인접권자로서 녹음한 음악을 사용한 방송사 등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분배되지 않는 저작권 보상금

수백억원대의 저작권 보상금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남아 있어 저작인접권자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20일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부산 연제)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연) 등 3개 협회가 지금까지 징수한 저작권 보상금은 837억9200여만원으로 이 중 321억3300만원(38.3%)이 분배되지 않고 있다.

저작권 보상금은 문체부가 지정한 이들 3개 협회가 저작물 사용자로부터 일괄 징수해 분배하는 사용료를 말한다. 방송 등 각종 매체나 도서관 등이 저작물을 사용할 때마다 저작인접권자 등과 모두 계약하기 힘든 점을 감안해 만든 제도다. 사용료를 받은 협회는 실태조사 등을 토대로 저작인접권자 등에게 보상금을 분배한다. 협회를 통한다는 점에서 저작권자가 직접 받는 저작권 사용료와 구별된다.

음실연과 한국음반산업협회(음산협)는 방송사로부터 방송보상금을, 인터넷사업자로부터 디지털음원송신보상금을, 공연업체로부터 공연보상금을 받는다. 두 협회는 지금까지 각각 306억9500만원과 258억5200만원을 받았지만 34.6%인 106억1400만원과 21.4%인 55억3000만원을 미분배했다.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복전협)도 15년간 272억4500만원을 징수했으나 58.7%인 159억8900만원을 분배하지 않았다. 복전협은 이용자의 도서복제 등의 대가로 도서관이 내는 ‘도서관 보상금’과 교과서 출판사가 저작물을 싣고 내는 ‘교과용 도서보상금’을 받고 있다.


◆“주먹구구식 분배 … 불신 키워” 협회 측은

“저작자 정보가 없는 것이 많고, 분배 공고를 해도 잘 찾으러 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예술인 권리옹호 단체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나도원 준비위원장은 “저작권 단체들이 주먹구구식으로 보상금을 분배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관련 단체에 대한 예술인들의 불신이 크다”고 지적했다.

문체부와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보상금 배분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회는 분배 공고를 한다고 하지만 상당수의 개인 저작자들은 이런 권리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

보상금 분배에 적극 나서는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저작권 선진국은 미분배금이 10% 정도에 불과하다. 관련 법과 사회적 분위기, 체계적으로 구축된 권리정보 시스템이 적극적인 분배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분배금을 어디에 쓸지도 단체의 결정에 맡기기보다 가이드라인으로 정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지금은 협회 자율성에 의존하다 보니 횡령 등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음실연에서는 한 간부가 보상금 8억3000만원을 주식 투자 등에 썼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저작권 선진국에서는 이런 일이 드물다. 각종 저작물에 대한 복사권을 전문으로 다루는 독일의 ‘VG WORT’는 관련법에 따라 미분배금을 어디에 몇 %를 쓸지 정관에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 보상금/저작인접권

방송사 등이 연주가 녹음된 음반 등 저작물을 사용할 때 지급하는 보상금. 문체부가 지정한 협회가 일괄 징수해 기타리스트 등 저작인접권자에게 배부한다. 노래를 만든 작사·작곡가가 갖는 권리가 저작권이라면 이 노래를 연주한 기타리트가 갖는 권리가 저작인접권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