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하정우
“하정우는 더 이상 시나리오를 쓰면 안 되겠다.”(황영미 영화평론가) “감독으로서 재능은 하정우가 박중훈보다 낫다.”(하재봉 영화평론가)

영화배우 박중훈 하정우가 각각 메가폰을 잡아 감독으로 데뷔한 영화 ‘톱스타’와 ‘롤러코스터’에 영화평론가들이 쓴소리를 했다. 지난 17일 개봉한 ‘롤러코스터’와 오는 24일 선보이는 ‘톱스타’는 두 스타 배우의 연출작이란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영화평론가들은 “나름대로 선방했지만 감독과 배우의 길은 다르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입을 모았다. 평론가들은 두 영화의 작품성에는 별 5개 만점에 3개 이하를 줬고, 대중성에는 배우들의 유명세를 고려해 3~4개를 줬다.

두 영화는 모두 배우들이 잘 아는 연예계 뒷이야기를 다뤘다. 정경호가 주연한 ‘롤러코스터’는 욕쟁이 한류스타의 이면을 코믹하게 그렸다. 엄태웅과 소이현 김민준이 주연한 ‘톱스타’는 무명 배우가 정상에 오르기까지 과정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박중훈
박중훈
두 배우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의 치부를 들춰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수준 높거나 신선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톱스타’ 시사회를 본 영화평론가 하재봉 씨는 “기본적인 완성도는 갖췄지만 박중훈의 연출력은 ‘롤러코스터’의 하정우보다 떨어진다”며 “커트를 나누거나 편집하는 데 매끄럽지 못하다”고 말했다. 연예계 뒷이야기란 소재도 여러 영화에서 다뤘던 만큼 새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강성률 평론가는 “‘톱스타’를 보니 박중훈의 연출력은 기대 이상으로 안정됐다”며 “다만 보편적인 이야기여서 감동이 작았다”고 말했다.

평론가 황영미 교수(숙명여대 교양교육원)는 하정우의 연출력보다 시나리오 작성능력에 쓴소리를 했다. 황교수는 “하정우는 ‘롤러코스터’ 각본에도 참여했다고 하는데 대본을 직접 쓰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본의 품질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황씨는 “대본 자체가 단편이나 만들면 될 정도로 소품에 그쳤다”며 “캐릭터들이 상징성이나 의미를 잃었고 그저 웃자는 목표에 충실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하정우의 연출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며 “그의 차기 연출작 ‘허삼관매혈기’는 원작이 유명하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롤러코스터’에 대해 강유정 평론가는 “전반부는 재미있고 에너지가 넘쳤지만 후반부에 비행기 고장과 함께 영화의 동력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대사의 잔재미는 있지만 전체적인 플롯이 약하다는 것. 강씨는 “세세한 인테리어는 좋았지만 묵직한 힘이 없다”며 “한마디로 영화적이라기보다는 연극적이다”고 지적했다. 하정우의 데뷔작이란 점이 흥미를 끌 뿐, 신인 감독의 데뷔작으로선 그저 그런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두 배우의 데뷔작이란 점에 만족해야 한다는 게 영화계 중론이다. 스타 출신으로 정상급 감독 반열에 오른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30편 이상 연출한 뒤에야 대표작들을 내놨다. 하정우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며 “앞으로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