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인들 "공공기관 '여성기업 구매할당제' 엉터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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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여성CEO 1박2일 경영연수
여가부·한경 후원…양재 더케이서울호텔서 개최
슈퍼마켓서 구입해 놓고 할당량 채웠다고 '뒷짐'
26일 상암동서 '아이와 여성이 안전한 세상' 캠페인
여가부·한경 후원…양재 더케이서울호텔서 개최
슈퍼마켓서 구입해 놓고 할당량 채웠다고 '뒷짐'
26일 상암동서 '아이와 여성이 안전한 세상' 캠페인
“몇 달간 공을 들여 중요한 거래처를 개척했는데 정작 계약 때에는 ‘근데 남자는 없느냐’고 묻더군요.”(대구지역 금형업체 대표 A씨)
“사랑하는 아이가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서울지역 광고대행사 대표 B씨)
“직원을 뽑을 때 여자 사장이라고 하면 남자들이 잘 오지 않습니다.”(경기지역 음향기기회사 대표 C씨)
○여성 CEO 기업 38%
2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열린 ‘전국 여성 최고경영자(CEO) 경영연수’대회에 참석한 여성 CEO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과 애로사항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중소기업청과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주최하고 여성가족부와 한국경제신문 등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전국 시·도 여성기업인 650여명이 참석했다.
여성이 CEO인 기업은 국내 전체 중소기업 312만여개 중 120만개로 38%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족하고 법과 제도도 남성 위주로 돼 있어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전국의 여성 CEO들은 “여성기업의 손톱 밑 가시는 끝이 없다”며 “여성들이 마음놓고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들의 관심사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여성기업 공공구매제’다. ‘공공기관이 물품 및 용역을 구매할 때 총액의 5% 이상, 공사 발주 때에는 3% 이상에 해당하는 일감을 반드시 여성기업에 할당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경영평가를 받는 대부분 공공기관들은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금조달·판매 어려움 많아"
그러나 대부분 여성기업인들은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컴퓨터 제조업체 컴트리의 이숙영 사장은 “여성기업 공공구매제를 이행하기 위해 여성이 경영하는 슈퍼마켓 같은 데서 구매하는 것으로 때우는 곳도 많다”고 꼬집었다. 모니터 등을 만드는 통신장비회사 대표 K씨는 “수의계약은 공공입찰 대신 지역 관내 여성업체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에는 여성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위장 기업까지 많아져 더 힘들다고 했다.
자금조달과 판매 등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여성 CEO들도 많았다. 미용업을 하는 한 사장은 “은행에 대출받으러 갈 때는 내가 죄인같이 느껴진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밖에 ‘보증제도 개선’, ‘여성기업의 기술보호 강화’, ‘기업 성장단계에 따른 지원’,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재교육’, ‘육아시설 확충’, ‘접대문화 적응법’ 등 여러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세계 진출 토양 마련하겠다”
이민재 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여성대통령 시대를 맞아 여성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관계 부처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축사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여성경제인들의 모습 자체가 후배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큰 힘을 준다”며 “여성이 경제에 얼마나 참여하는지는 한 국가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지적했다.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은 “여성경제인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현장의 소리를 많이 듣고 정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금지원 확대, 컨설팅 제공 등의 방안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속으로 나갈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은 “여성경제인이 잘 돼야 한국 경제도 잘 될 수 있다”며 “여성들이 다소 취약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여성 리더들의 역량을 키우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여성경제인협회는 1971년 출범한 대한여성경제인협회가 모태로 1999년 법정단체로 새출발했다. 협회는 매년 전국을 돌며 여성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6일엔 서울 상암동 평화의 공원에서 ‘여성 CEO가 함께하는 아이와 여성이 안전한 세상’ 캠페인을 벌인다.
김정은/은정진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사랑하는 아이가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서울지역 광고대행사 대표 B씨)
“직원을 뽑을 때 여자 사장이라고 하면 남자들이 잘 오지 않습니다.”(경기지역 음향기기회사 대표 C씨)
○여성 CEO 기업 38%
2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열린 ‘전국 여성 최고경영자(CEO) 경영연수’대회에 참석한 여성 CEO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과 애로사항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중소기업청과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주최하고 여성가족부와 한국경제신문 등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전국 시·도 여성기업인 650여명이 참석했다.
여성이 CEO인 기업은 국내 전체 중소기업 312만여개 중 120만개로 38%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족하고 법과 제도도 남성 위주로 돼 있어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전국의 여성 CEO들은 “여성기업의 손톱 밑 가시는 끝이 없다”며 “여성들이 마음놓고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들의 관심사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여성기업 공공구매제’다. ‘공공기관이 물품 및 용역을 구매할 때 총액의 5% 이상, 공사 발주 때에는 3% 이상에 해당하는 일감을 반드시 여성기업에 할당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경영평가를 받는 대부분 공공기관들은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금조달·판매 어려움 많아"
그러나 대부분 여성기업인들은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컴퓨터 제조업체 컴트리의 이숙영 사장은 “여성기업 공공구매제를 이행하기 위해 여성이 경영하는 슈퍼마켓 같은 데서 구매하는 것으로 때우는 곳도 많다”고 꼬집었다. 모니터 등을 만드는 통신장비회사 대표 K씨는 “수의계약은 공공입찰 대신 지역 관내 여성업체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에는 여성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위장 기업까지 많아져 더 힘들다고 했다.
자금조달과 판매 등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여성 CEO들도 많았다. 미용업을 하는 한 사장은 “은행에 대출받으러 갈 때는 내가 죄인같이 느껴진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밖에 ‘보증제도 개선’, ‘여성기업의 기술보호 강화’, ‘기업 성장단계에 따른 지원’,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재교육’, ‘육아시설 확충’, ‘접대문화 적응법’ 등 여러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세계 진출 토양 마련하겠다”
이민재 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여성대통령 시대를 맞아 여성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관계 부처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축사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여성경제인들의 모습 자체가 후배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큰 힘을 준다”며 “여성이 경제에 얼마나 참여하는지는 한 국가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지적했다.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은 “여성경제인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현장의 소리를 많이 듣고 정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금지원 확대, 컨설팅 제공 등의 방안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속으로 나갈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은 “여성경제인이 잘 돼야 한국 경제도 잘 될 수 있다”며 “여성들이 다소 취약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여성 리더들의 역량을 키우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여성경제인협회는 1971년 출범한 대한여성경제인협회가 모태로 1999년 법정단체로 새출발했다. 협회는 매년 전국을 돌며 여성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6일엔 서울 상암동 평화의 공원에서 ‘여성 CEO가 함께하는 아이와 여성이 안전한 세상’ 캠페인을 벌인다.
김정은/은정진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