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저축의 날' 50주년] 경제 혈액 vs 소비 장벽, '양날의 칼' 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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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저축률 24년만에 21%P 급락…소득 줄고 가계부채 갈수록 증가
"모으고 싶어도 여력이 없다"
불황일수록 아쉬운 게 저축…저소득층에 다양한 상품 제공해야
"모으고 싶어도 여력이 없다"
불황일수록 아쉬운 게 저축…저소득층에 다양한 상품 제공해야
![[29일 '저축의 날' 50주년] 경제 혈액 vs 소비 장벽, '양날의 칼' 저축](https://img.hankyung.com/photo/201310/AA.7980305.1.jpg)
1969년 9월25일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린 ‘저축의 날’ 기념식. 푼돈을 모아 어선 두 척을 산 해녀에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국민훈장을 달아줬다. 저축왕들의 미담이 신문 1면을 장식하던 때였다. 미국 무상원조 종료를 앞두고 저축으로 자립하자는 대국민운동은 1970~80년대 고속성장의 디딤돌이 됐다. 29일은 ‘저축의 날’이 탄생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떠들썩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금과옥조였던 저축은 ‘양날의 칼’로 바뀌었다. 때로는 투자를 일으키는 ‘경제 혈액’이 되지만, 때로는 소비를 막는 천덕꾸러기가 된다.
![[29일 '저축의 날' 50주년] 경제 혈액 vs 소비 장벽, '양날의 칼' 저축](https://img.hankyung.com/photo/201310/AA.7980306.1.jpg)
하지만 이것도 고속성장기 때 이야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세금 등을 내고 가계가 쓸 수 있는 전체소득 가운데, 소비하고 남은 금액의 비중인 ‘가계순저축률’은 1988년 24.7%에 달했다. 이후에도 15% 선을 웃돌던 가계순저축률은 외환위기 직후 급락해 지난해 3.4%에 그쳤다.
금융위기 후 5년이 지났는데도 저축률 회복이 더딘 것은 지난 6월 말 현재 980조원으로 가구당 6190만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가장 큰 원인이다. 빚을 내 집을 샀던 하우스푸어들은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강제저축의 착시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장은 “복지가 확대되면서 사회보험과 연금 등 국가 차원의 ‘강제저축’ 부담이 급증했다”며 “개인적인 저축 여력이 떨어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심리적인 데서 온다. 김영봉 세종대 교수는 “내가 따로 저축하지 않아도 국가가 미래를 책임져줄 것이라는 오해가 퍼졌다”며 “문제는 현 복지 수준이 노후를 맡기기엔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저축이 부족한 젊은 층으로 인해 미래에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저축을 위해 소비를 무조건 줄이는 것도 답은 아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올 2분기 73.1%로 9분기 연속 하락(전년 동기 대비)했다. 불확실한 미래 탓에 다들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소비를 더 줄이면 경제의 ‘돈맥경화’가 심해진다.전문가들은 저축을 소비의 반대말이 아니라 ‘마중물’로 보는 지혜를 요구한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황일수록 아쉬운 게 가계 저축”이라며 “저축률이 좀더 높았다면 최근 고용호조에 따라 소비도 빠르게 늘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소득층에는 다양한 금융상품과 인센티브를 제공해 저축률부터 끌어올려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