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으로 대체거래소(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설립이 허용됐으나 정작 증권사들은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각종 규제 문턱이 높아 대체거래소를 만들어봤자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독점 체제인 한국거래소 외에 다양한 주식 거래소를 열어 투자자의 거래비용을 낮추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들 “수익 안 나 관심 없다”

증권사들 '대체' 왜 관심없죠?
대체거래소 설립은 투자은행(IB) 활성화와 함께 자본시장법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로 꼽혀왔다. 증권사들이 자유롭게 대체거래소를 개설해 새 수익원을 발굴하고, 주식 투자자들은 거래소 간 경쟁구도 속에서 매매비용을 아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체거래소 설립을 준비 중인 증권사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대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사도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대형 A사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 이전부터 꾸준히 검토했지만 대체거래소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더 이상 ATS 설립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 B증권사 측도 “컨소시엄 형태로 ATS를 만드는 방안을 놓고 검토했지만 수익을 내기 어렵다 보니 파트너를 찾는 게 불가능했다”며 “일단 당국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5% 룰’이 결정적 걸림돌

증권사들 '대체' 왜 관심없죠?
증권사들이 ATS를 개설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5% 룰’ 때문이다. 한 ATS의 주식 거래량이 전체의 5% 이상에 달할 경우 각종 규제가 추가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은 개별 ATS 거래량이 5%를 넘어서면 정식 거래소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독립 거래소가 되면 자기자본을 1000억원 이상으로 확충해야 하고 시장감시 등 자율규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사 관계자는 “작년 주식 거래대금에서 시장점유율 5%를 차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연간 수익을 계산해보니 29억원 정도였다”며 “전산 투자비용과 운영비 등을 감안할 때 첫해부터 약 68억원씩 적자가 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막대한 자기자본을 투입한 뒤 매년 배당을 받기는커녕 결국 증자를 해야 할 것이란 게 증권사들의 우려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 전부터 거래소 전환 요건을 미국 유럽 등처럼 전체 거래량 대비 20% 이상으로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지금 구도가 계속되길 원하는 한국거래소만 유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KDB대우, 삼성, 우리투자, 한국투자, 현대 등 5개 대형 증권사는 30일 열리는 금융위원회에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지정돼 IB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들 증권사는 지난달 말 금융위에 IB 지정을 신청했으며 금융위는 결격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IB로 지정되면 연기금, 외국 헤지펀드 등을 상대로 전담중개업무(프라임브로커리지)와 대출 등 기업 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