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운데)가 사공일 이사장의 인사말을 듣기 위해 동시통역기를 착용하고 있다. 왼쪽은 이홍구 전 총리. 연합뉴스
31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운데)가 사공일 이사장의 인사말을 듣기 위해 동시통역기를 착용하고 있다. 왼쪽은 이홍구 전 총리. 연합뉴스
“세계 경제 협력을 이끌 강력한 리더가 없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중국 불안정 등을 들어 다소 어두운 경제 전망을 내놨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한데 주요 20개국(G20)의 리더십도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31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20주년 심포지엄 특별연설에서 “세계 경제를 TV 시리즈로 본다면 장밋빛에 가깝던 ‘시즌1’이 끝나고 좀 더 어두운 ‘시즌2’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 위기가 최악의 고비를 넘겼지만 단기적으로 해결책을 찾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긴축 전략으로는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고용 회복이 더딘 데다 내년 초 또 한번의 셧다운(부분 폐쇄) 협상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아베노믹스 효과가 떨어지고 있고 중국의 저성장 위험도 경계해야 한다”며 “이제는 정말로 태풍이 세몰이 준비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단 세계 경제가 요란하게 붕괴하기보다는 ‘활발한 경제활동이 없는 조용한 저성장 상태’로 남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성장이라는 악몽 같은 상황이 펼쳐지면 사회에서 소요가 일어나고 결국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환율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 풀렸던 자금들이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신흥국의 환율 방어가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당분간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의 중요성은 지금처럼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세계 경제의 가장 좋은 해결책으로 국가 간 협력을 들었다. 그는 “G20은 2009년 이후 (위기 극복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며 “자국의 정치적 이해만 생각하다 보니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IMF를 G20 회의의 실행 조직으로 삼는 등 국제 협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