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계학회 주최로 어제 열린 ‘한국 회계 투명성과 신인도 제고방안’ 심포지엄에선 학회가 창립 40돌을 맞도록 변함없이 회계 투명성이 숙제인 현실에 대한 학자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긴 회계 투명성은 148개국 중 91위,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선 60개국 중 58위에 불과하다.

경영자들이 단기실적에 급급해 장기적으로 이득을 가져다 줄 투명회계를 당장의 비용이자 제약으로 여기는 현실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회계업계의 과당경쟁으로 저가 수임→감사품질 저하→신뢰 하락의 악순환이 작동하고 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감독도 사후 규제 일변도이고 공시감독과 회계감독이 따로 놀고 있는 점도 문제라 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재벌체제와 오너 시스템에서 모든 악행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회계장부가 정말 못 믿을 수준이라면 외국인이 한국의 주식·채권을 500조원어치나 산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워런 버핏은 인터넷으로 언제든 검색 가능한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같은 인프라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고작 한두 문항의 설문으로 국가별 순위를 매기는 WEF나 IMD의 조사방식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갤럽의 행복지수(97위), WEF의 성평등지수(111위) 등 설문조사로 매기는 국가순위에서 한국은 대개 100위 안팎이다. 한국인에게 자기비하적 성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회계 투명성 제고는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충분한 원인 분석도 없이 기업들만 치죄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우리 사회의 인식편향성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