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서하는 정용진 부회장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 선서하는 정용진 부회장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1일 국회 국정감사 증언대에 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은 거침없는 답변과 사과로 주목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에 나와 “변종 기업형슈퍼마켓(SSM)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상품공급점 사업을 일절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상품공급점은 일반적인 직영점이나 가맹점과 달리 점포 운영과 수익을 모두 개인사업주가 가져가지만, 간판을 ‘아마트 에브리데이’로 내걸고 이마트 유니폼 등을 직원들에게 지급해 ‘변종 SSM’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는 “상품공급점 사업은 초기에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드리고 중소상인들에게 이마트의 경쟁력을 나눠드리고자 시작한 사업”이라며 “이렇게 사회적 문제로 불거질 줄은 몰랐다. 제 불찰이고 반성할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간판을 (이마트 간판으로) 교체하거나 유니폼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을 진행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부회장은 “추가 출점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존에 계약한 점포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지적에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즉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첫 증언에서 “지난달 15일 출석했던 허인철 대표이사가 부적절한 태도와 무성의한 답변으로 의원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직원 교육을 잘못시킨 제 책임이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굽히기도 했다.

< 고개숙인 이혜경 부회장 >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문에 답변한 뒤 인사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 고개숙인 이혜경 부회장 >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문에 답변한 뒤 인사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의 이 부회장도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전 회장의 딸이자 현재현 회장의 부인인 이 부회장은 법정관리 신청 전 대여금고에서 결혼 패물 등을 인출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법정관리 전날이 아니고 법정관리 직후에 (찾아갔다)”고 했다. 또 6억원의 현금 인출 사실도 시인했다.

그는 결혼 패물을 피해자 구제에 내놓을 의향을 묻는 질문에 “(남편인 현재현) 회장 뜻대로 다 따를 것”이라며 “경솔하게 행동한 점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측근이자 ‘숨은 실세’로 알려진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를 직접 영입한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2008년 동양그룹이 ‘디자인경영’을 선언한 뒤 자신이 경영에 참여했던 과정을 소개하면서 “김 대표는 제가 컨설팅을 맡긴 적이 있고 일을 잘하니까 회장님께 한 번 만나보라고 추천했다”며 “회장님이 면접도 보고 젊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젊고, 벤처사업 같은 것을 조그맣게 일으켜 보고 싶어서 현 회장에게 추천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느냐”는 김영환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이 밖에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샤시 쉐커라파카 옥시레킷벤키저(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제조회사) 대표,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 김용덕 효성캐피탈 사장, 전동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 국경훈 삼화산업 사장, 김성수 서오텔레콤 사장,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사장, 백한기 쌍용레미콘 사장, 진현숙 트라이얼코리아 대표 등 기업인들이 무더기로 출석했다.

특히 도 사장은 이날 하루에만 환노위와 산업위에 겹치기 출석을 했으며 지난달 31일 정무위 출석과 함께 세 차례나 국감 증인대에 서야 했다. 이들 기업인은 대부분 자신을 부른 해당 의원의 질의 순서까지 증언석에 앉아 몇 시간씩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모를 겪었다.

이호기/이정호/추가영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