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삼겹살 값 올라도…축산농가 시름
소고기, 돼지고기 값이 오르고 있다. 상반기만 해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30% 낮은 가격(도매기준)에 거래됐지만, 최근엔 작년 가격을 뛰어넘었다. 일본 방사능 공포로 수산물 수요가 고기로 옮겨왔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는 고기 값이 비싸졌다고 불평이지만, 농가는 크게 오른 것도 없다며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고기 안심, 돼지고기 삼겹살 등 특정 부위만 팔리는 극심한 ‘소비편중’에 따른 가격 양극화가 가져온 결과다.

◆수산물 위축에 고기 값 상승

5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한우(1등급) ㎏당 도매 평균가격은 1만4310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의 1만3213원에 비해 8.3% 올랐다.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7.2%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돼지고기(1등급)도 지난달 도매시장에서 ㎏당 3263원에 거래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높은 수준이다. 지난 9월부터 두 달 연속 작년보다 비싼 값에 거래됐다.

최근 육류가 전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수산물 수요 위축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농업관측센터가 소비자 66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1.1%가 ‘일본 방사능 오염 우려로 생선 대신 고기를 사먹는다’고 답했다.

삼겹살·등심만 잘 팔려

문제는 부위별 불균형이다. 소고기 안심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당 평균 4만6114원에 거래됐다. 작년과는 비슷한 가격이고, 2011년(3만8525원)보다는 20%가량 올랐다.

반면 소고기 부분육(1차 도매 후 가공한 상태) 평균가격은 안심의 3분의 1 정도인 ㎏당 1만8682원에 그쳤다. 작년은 물론 2011년보다도 하락했다. 우족과 사골은 가격이 폭락했다. 올해 우족은 ㎏당 5712원, 사골은 3262원에 팔렸다. 2010년에 비해 각각 57.3%, 74.1% 낮은 수준이다. 김태성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오래 끓여야 하는 곰탕 등을 요리하는 사람이 줄어든 까닭”이라며 “안심 등심 채끝 등 구이용 고기만 값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소 한 마리에서 안심 등심 채끝 등 인기 부위 3종이 차지하는 양은 7%밖에 안 되지만 가격은 45.1%를 차지한다. 돼지고기 역시 삼겹살이 전체 평균 가격에 비해 3~4배나 높은 수준에서 거래된다.

시름 깊어지는 축산농가

축산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안심 등 특정부위의 값은 오르지만, 우족 사골 갈비 등의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농이 도축업자에 넘기는 소 한 마리 값은 안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 값이 뛰는 안심 삼겹살 등엔 값이 싼 수입고기가 수요를 대체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게다가 사료값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 마장동 성진축산 노재원 대표는 “재고로 남은 우족 사골 등이 냉동창고마다 그득 차 있다”고 말했다. 한우자조금위원회에 따르면 폐업지원금을 지급한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1만5000곳의 한우농가가 축산을 포기하겠다고 신고했다.

이에 따라 한우협회와 한돈협회 등은 홍콩 등에서 시식회를 열어 수출길을 모색하고, 여러 부위를 섞어 혼합판매를 추진하는 등 수요 창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인기부위 판매가 늘어나지 않으면 축산농가의 경영난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