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마트폰 판매, 세계 4위→10위"
한국 스마트폰 판매시장 규모가 지난해 세계 4위에서 올해 10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규제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예상보다 급속히 줄어든 탓이다. 지나친 규제가 스마트폰 시장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스마트폰 판매량은 3070만대였다.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다. SA는 올해 한국 판매량은 2630만대로 줄어 7위로 떨어질 것으로 지난 9월 내다봤다.

국내 전자업계 전망은 더 부정적이다.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1900만대가량으로 SA 예상보다 30% 더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00만대로 감소하면 세계 순위는 10위로 떨어진다. SA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 순위가 2018년에 10위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순위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진 것이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최근 몇 년간 급속히 성장한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이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위축하고 있는 것은 방통위의 강력한 보조금 규제 탓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조금 규제로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이 너무 비싸져 새로 스마트폰을 사거나 스마트폰을 바꾸는 수요가 감소한 것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이 발효하면 스마트폰 시장은 더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통신사들의 지나친 보조금 경쟁과 소비자에 따라 스마트폰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이용자 차별을 막기 위해 단말기유통법을 추진중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보조금 규모가 줄어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지고 결국 스마트폰 시장 규모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 등 전자업계는 단말기유통법으로 경쟁력도 약화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단말기유통법이 제조업체가 스마트폰 판매량과 장려금(보조금에서 제조사가 부담하는 부분) 출고가 등을 방통위에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요구하는 정보는 영업비밀”이라며 “이런 정보를 공개하면 해외 경쟁사에 전략이 노출돼 해외 통신사 등과 협상에서 교섭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제조업체에 정보 공개를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을 둘러싼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내수 기반의 스마트폰업체 팬택의 직원 800여명이 무급 휴직중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골목 상권이라고 볼 수 있는 3만여개의 판매점들도 위기에 놓였다.

한국 제조업체들이 규제에 가로막혀 주춤하는 동안 중국이 강력한 내수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SA에 따르면 올해 중국 스마트폰 판매시장은 3억155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