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음반 도미노 파산…오프라인 매장의 몰락
미국 최대 비디오·DVD 대여업체인 블록버스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내년부터 미국에 남아 있는 직영점 300개를 철수하기로 한 것. 아마존, 넷플릭스 등 인터넷 콘텐츠 유통업체에 주도권을 빼앗긴 게 원인이다. 최근 1~2년 새 음반, 서적, 영상, 신문 등 오프라인 콘텐츠 유통 분야에서 비슷한 이유로 파산하거나 매각되는 업체가 속출하면서 전통적인 콘텐츠 업계가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록버스터는 미국 위성 TV회사인 디시네트워크가 소유한 전문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미국에서 1980~1990년대 비디오 대여 붐을 타고 급성장해 한때 미국 내 5500개 매장을 보유, 전 세계 17개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 등 경쟁 업체에 밀려 2011년 디시네트워크에 매각됐다.

디시네트워크는 오는 12월부터 블록버스터의 DVD 배달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2800명의 종업원이 일자리를 잃을 전망이다. 매슈 해리건 운더리치시큐리티 애널리스트는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 전통적 비디오 대여 산업은 오래 버틴 셈”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콘텐츠 유통업계의 몰락은 서점에서 가장 심각하다. 아마존이 온라인 책 판매를 공격적으로 들고 나오면서 이미 2011년 미국 서점업계 2위였던 보더스가 파산했다. 1위인 반스앤드노블도 최근 몇 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음반시장도 마찬가지다. 올초 90년 역사의 영국 음반 유통업체 HMV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게 대표적이다.

오프라인 콘텐츠 유통업계의 몰락 원인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업체 블록버스터에 대항하기 위해 월 8.99달러만 내면 연체료 없이 우편으로 DVD를 대여하고 반납하는 서비스에 이어 온라인 동영상(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도한 연체료와 대여비가 불만이던 고객들은 넷플릭스로 몰렸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 지난해 매출 611억달러의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유통기업이 됐다. 최근 130년 역사의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곳도 아마존이다.

오프라인 콘텐츠 유통업체들은 한발 늦었지만 아마존, 넷플릭스 등을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반스앤드노블은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전자책 단말기 누크를 내놓고 웹사이트 혁신에 나섰다.

박병종/김보라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