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어린이집이 쓸 수 있는 스마트 알림장을 처음 만든 키즈노트 직원들이 알림장 앱이 구동된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준용 대표(왼쪽 두 번째)와 최장욱 대표(오른쪽 세 번째)는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입사 동기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유치원 어린이집이 쓸 수 있는 스마트 알림장을 처음 만든 키즈노트 직원들이 알림장 앱이 구동된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준용 대표(왼쪽 두 번째)와 최장욱 대표(오른쪽 세 번째)는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입사 동기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Start-Up] 어린이집·유아원용 '스마트 알림장' 개발한 '키즈노트'
점심을 먹은 후 유아들이 낮잠 자는 시간이 되면 어린이집 교사들의 손놀림은 바빠진다. 가정에 전달할 공지사항 등을 아이들의 알림장에 직접 펜으로 적어야 해서다. 공통 전달사항은 여러 번 써야 할 때도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둔 아이 사진은 컬러프린터로 뽑아 가위로 오린 뒤 일일이 알림장에 풀로 붙여야 한다.

이 같은 기존 어린이집 풍경을 바꾸는 스타트업이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알림장 체계를 전산화한 ‘키즈노트’다. 교사는 따로 시간과 품을 들일 필요 없이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알림장을 작성할 수 있다. 부모들도 스마트폰으로 사인을 하고, 투약 의뢰 등 요구사항을 메모한다. 김준용 키즈노트 공동대표는 “벌써 5만여개 유치원 어린이집 가운데 7000여곳이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집마다 문 두드리며 영업

키즈노트 창업자인 최장욱 공동대표는 딸 지수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알림장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손글씨가 빼곡한 알림장은 정성이 느껴졌지만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모든 것이 전산화되는 시대에 아직도 이렇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있다니….” 키즈노트 아이디어의 시작이다.

그는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시절 동기인 김 대표를 불러 함께 창업하자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아주대를 다닐 때 총학생회장을 지내는 등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이다. 김 대표는 “입사한 뒤에도 일을 벌이기 좋아해 최 대표가 점찍어뒀던 것 같다”며 “아이디어가 좋다는 생각에 선뜻 합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업성이 있는 아이템이었고, 실력 있는 엔지니어가 세부적인 부분까지 편리하게 구현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것은 영업이었다. 김 대표는 시제품이 나온 2011년 11월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돌아다니며 문을 두드렸다. 그는 “안랩 영업 담당자였지만 키즈노트 영업이야말로 맨땅에 뛰어드는 것 같았다”고 했다. ‘모르는 남자’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였고, 겨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겨도 대부분 서비스를 낯설어하기 일쑤였다.

입소문은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등 협회를 설득한 것이 본격적인 서비스 확산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이제는 소문을 듣고 호주 동포 사회에서도 이용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시장 선점 중요한 사업모델

키즈노트가 생긴 뒤 비슷한 제품이 잇달아 등장했다. ‘스마트 알림장’이라는 단어도 처음 사용했지만 이제는 고유명사가 됐다. 스마트 알림장 사업 분야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 사업은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유치원에서 키즈노트를 스마트 알림장으로 이용하면 다른 경쟁 제품을 쓸 이유가 없어서다. 김 대표는 “데이터가 플랫폼에 쌓이기 때문에 다른 제품으로 바꾸면 전환비용도 제법 든다”고 했다. 키즈노트는 동종 업체보다 열 배 이상 많은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전에 같은 아이디어를 낸 다른 사람은 없었을까. 김 대표는 “이 서비스를 내놓고 나서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나도 그런 생각 했었는데’라는 얘기”라며 “누구나, 특히 부모라면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서비스였지만 결국 만들어서 실현한 것은 키즈노트가 처음”이라고 했다.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서비스 제작에 영업까지 이어지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웹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의 90%를 모바일에서 할 수 있게 됐다”며 “불편한 부분을 면밀히 관찰하고 개선해 전국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쓰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