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게임사업 매각, 넷마블·CJ게임즈 계열분리 추진
CJ그룹이 스틱인베스트먼트에 게임사업을 매각하는 이유는 빠른 의사 결정과 변화를 필요로 하는 게임산업 특성상 그룹체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이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악’으로 치부돼 중독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등 정치·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정 위반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CJ게임즈는 올해 말까지 자회사(CJ(주)의 증손회사) 지분을 100% 사들이거나 매각해야 한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CJ게임즈는 애니파크(52.54%) 씨드나인게임즈(53%) 누리엔소프트(52%) CJ게임랩(81.82%)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의 계약이 확정되면 CJ는 2004년 넷마블을 인수해 게임시장에 뛰어든 후 9년여 만에 게임 사업에서 철수하는 셈이다. 영화 방송 음악 게임을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 기업을 표방했지만 CJ E&M의 게임사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렁에 빠진 상태였다.

2011년에는 CJ E&M 넷마블의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서든어택’을 넥슨에 뺏기면서 남궁훈 대표가 사임하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그런 넷마블이 지금 모바일 게임 1위로 재도약한 것은 넷마블 창업자이면서 CJ게임즈 지분 48%를 가진 방준혁 고문의 역할이 컸다. 방 고문은 2000년 넷마블을 창업한 지 3년 만에 업계 2위에 올려놓아 게임업계 신화로 불렸다. 2004년 넷마블을 CJ에 800억원에 매각했다가 2011년 CJ E&M 고문으로 돌아왔다. 방 고문은 앞으로 CJ E&M의 잔여 지분을 인수해 넷마블과 CJ게임즈의 실질적인 최대주주가 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CJ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법과 게임사업 논란에 대한 전략적 판단 등 복합적인 이유로 게임사업을 분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CJ게임즈의 최대주주가 사모펀드로 바뀐 이후에는 방 고문이 게임사업을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방 고문을 중심으로 게임사업부가 돌아가고 있고 정치권의 게임 규제가 본격화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어 CJ 측은 지금이 빠져나올 수 있는 최적기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초에는 웹보드게임이 규제를 받게 되고, 더 나아가 모바일게임에도 정부 규제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어 언제까지 좋은 날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수정/임근호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