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해주에 심은 한국 영농 > 박광순 서울사료 연해주총괄 대표(왼쪽)가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바가틀카 농장에서 농장 관계자와 함께 콤바인에서 트랙터로 쏟아지는 옥수수 알갱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이해성 기자
< 연해주에 심은 한국 영농 > 박광순 서울사료 연해주총괄 대표(왼쪽)가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바가틀카 농장에서 농장 관계자와 함께 콤바인에서 트랙터로 쏟아지는 옥수수 알갱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이해성 기자
러시아 연해주 제2의 도시 우수리스크에서 바가틀카 농장으로 가는 길은 험난한 비포장도로였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 보면 극심한 진동 탓에 멀미가 날 정도다.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 버려져 있다시피 했던 이 지역은 연해주 주정부의 개방 노력에 힘입어 2000년대 중반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2008년 12월 이곳에 진출한 한국 이지바이오 계열 서울사료의 현지 지주회사인 에코호즈가 있다. 직원 210명 중 한국인은 6명뿐이다. 지난 5년 동안 산하 4개 농장(그리고리예프카, 바가틀카, 항카플러스, 라콥스코예)에 400억원을 투입했다. 지원철 이지바이오 회장은 “회수한 돈은 거의 없지만 연해주를 선점한다는 프런티어 정신 하나로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해주 정부 “바가틀카 보고 배우자”

바가틀카 농장으로 향하는 자갈밭 양옆으로는 끝도 없는 평원이 펼쳐졌다. 대부분 미개간지이고 경사가 완만해 어떤 용도로든 써볼 만한 땅이다. 지대가 높아 물이 빠지기 쉬운 땅은 농토로 가치가 높아 임대권(국내 권리금 개념) 값이 헥타르(㏊)당 5000루블, 최고 1만루블(약 32만원)까지 올라갔다.

박광순 서울사료 연해주총괄 대표는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영농에 관심 있는 기업인들의 문의가 늘어나 땅값이 폭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해주의 땅은 소유가 아닌 49년 임대 형식으로 쓸 수 있다. 땅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을 사면 임대권이 따라온다.

농장 현지 사무소는 한눈에 봐도 열악했다. 세면시설은 없고 화장실은 지독한 냄새가 나는 재래식뿐이었다. 농장 일부에서는 한 대에 5억원을 호가하는 콤바인 등 기계화 장비가 수확에 한창이었다.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현지 고용을 창출해내고 있는 서울사료에 연해주 정부는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연해주 악차브리스코예 포크로프카 마을에서 열린 ‘영농의 날’ 행사에서 시도렌코 세르게이 표트로비치 부주지사는 “궂은 날씨에서 파종과 수확을 해낸 바가틀카 농장을 본보기로 삼자”고 말했다.

◆생산량 늘어 t당 가격경쟁력 곧 확보

에코호즈는 지난해 옥수수 4686t 등 곡류 1만1952t과 티모시 사일리지 등 조사료 3260t을 생산했다. 올해는 옥수수 수확량을 1만8000t으로 늘리는 등 곡류 2만1540t과 조사료 2만4140t을 수확할 예정이다.

이달 말부터 한국으로 들여오는 1만5000t은 국내 연간 옥수수 수입량 800만t, 연간 사료 및 식량 작물 수입량 1800만t에 비하면 미미하다. 그러나 해외의 척박한 땅, 식량 전진기지에서 일궈내 처음으로 1만t 이상을 들여오는 의미있는 성과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옥수수 t당 시세는 167달러. 작년 8월 t당 316달러였던 것이 올해 옥수수 작황이 좋아 폭락한 상태다. 에코호즈는 ㏊당 생산량을 8t으로 높이면 t당 생산가를 160달러 밑으로 낮춰 국제적인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코호즈 전역 농장의 당 생산량은 지난해 5t에서 올해는 7t까지 올라갔다. 지 회장과 에코호즈 사업을 기획한 조성환 칭다오풍유양식유한공사 회장은 “몇 년이 아니라 수십, 수백 년을 내다보고 추진하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했다.

우수리스크=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