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도 안 거르고 'CES 혁신상' 수상…가전업계 '무서운 꼬마' 모뉴엘
매출 규모는 삼성전자의 200분의 1도 안된다. 직원수는 400분의 1 수준이다. 이 회사는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뒤를 잇는 ‘혁신 기업’으로 통한다.

IT·가전회사 모뉴엘은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CES에서 5개의 혁신상을 받는다고 13일 발표했다. 청결 상태를 스스로 파악해 작동하는 로봇청소기, 청각장애인 부모를 위해 아기 옹알이를 진동으로 알려주는 기기 등을 통해서다.

올해 초에도 5개 혁신상을 수상한 모뉴엘은 내년 CES에서 한국 기업 중 삼성전자(24개), LG전자(15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상을 받는다. 이 회사는 2011년 롯데마트가 내놓은 ‘반값 TV’의 주역이기도 하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창업자는 2007년 CES 기조연설에서 “모뉴엘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경기침체에도 고속 성장

한 해도 안 거르고 'CES 혁신상' 수상…가전업계 '무서운 꼬마' 모뉴엘
세계 IT·가전 시장의 골리앗들과 싸우는 모뉴엘은 다윗이다. 모뉴엘의 지난해 매출은 8251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CE(소비자가전)부문 매출만 모뉴엘의 60배에 이른다.

모뉴엘은 그러나 경기침체 속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로 맷집을 과시했다. 2007년 739억원이던 매출은 5년 만에 10배 이상 커졌다. 영업이익도 100억원에서 860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이익률이 2~4%인 다른 가전업체들과 달리 지난해 모뉴엘의 영업이익률은 10%를 넘었다. 전체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모뉴엘은 2008년 CES 이후 매년 혁신상을 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홈시어터형 컴퓨터’를 선보였고 대기 전력 없는 에너지 절감형 PC를 만들기도 했다. 내년 1월 CES엔 먼지인식 모듈을 통해 청소 여부를 결정하는 ‘능동형 스마트 로봇청소기’와 아기의 옹알이를 손목시계에 진동 형태로 알려주는 ‘베블’ 등을 출품한다.

모뉴엘의 혁신은 아이디어와 디자인에서 나온다. 그 기반은 전체 임직원의 60%를 차지하는 연구개발(R &D) 인력이다. 변화가 빠른 사업 영역인 만큼 몸집을 가볍게 하기 위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박홍석 모뉴엘 사장은 “부서나 직급에 관계없이 어떤 아이디어라도 내놓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연간 300여 건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중 15건 정도가 실제 제품 개발에 채택된다”고 말했다.

◆경영분업으로 승승장구

한 해도 안 거르고 'CES 혁신상' 수상…가전업계 '무서운 꼬마' 모뉴엘
모뉴엘의 성장 엔진에 시동이 걸린 것은 창업자인 원덕연 CTO(최고기술경영자)와 박홍석 대표이사의 역할 분담이 확실히 자리잡은 뒤부터다. 내각제와 대통령제를 섞어놓은 듯한 독특한 경영시스템이다. 제품 개발과 상품 기획은 창업자인 원 CTO가 총괄한다. 그는 홍익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 출신이다. 대량생산 체제로 공급되는 기존 제품들에 소비자 맞춤형 가치를 더했다. 터치스크린으로 메뉴 주문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테이블 PC나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공기청정기가 대표적이다.

원 CTO는 틈새를 노린 아이디어에 감각적인 디자인을 입혀 상품을 내놨지만 문제는 판매였다. 2005년 삼성전자 출신의 박 사장을 영입해 해외 영업과 마케팅을 맡긴 이유다. 12년간 삼성전자에 몸을 담은 박 사장은 미국지사에서 6년 연속 판매왕에 오를 정도로 유명한 ‘영업맨’이었다.

모뉴엘에서도 공격적으로 해외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지난해 4월엔 베를린에 독일지사도 세웠다. 박 사장은 “프리미엄 시장인 유럽을 공략해 현재 15% 정도인 유럽 매출 비중을 30%까지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를 수출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서울 가산동 본사도 내년 초 제주도 첨단기술단지 내로 옮긴다. 모뉴엘 관계자는 “500억원을 투자해 대지면적 2만2534㎡(약 6820평) 규모에 사옥뿐 아니라 연구기술센터, 테스트 인증센터, 기업연수원, 기숙사 등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