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살리려다 콩 농가만 울려…정부 "두부, 中企업종 빼달라"
정부가 두부 제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동반성장위원회에 공식 요청했다. 대기업들이 두부사업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국내 콩 생산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내에선 동반위가 중소기업 보호라는 명분에 치우쳐 또 다른 약자인 농민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1일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 3개 대기업 관계자들과 콩 생산 농가 대표를 긴급 소집해 “국산콩 수매량을 늘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늘려달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주로 국산콩을 사들여 두부를 만들어온 대기업들이 중기적합업종 규제로 두부 제조를 줄이자 산지 가격이 40%가량 폭락하는 등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더욱이 올해 콩 생산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날 정도로 풍작이다. 이 같은 상황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농식품부 식량산업과는 지난 6일 동반위에도 두부 제조업을 중기적합업종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 관계자는 “애초에 동반위가 우리하고 사전 협의를 했더라면 이런 엉터리 규제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 콩 생산 농가의 피해는 누가 보상할 거냐”고 반문했다.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 관계자들도 지난달 말 동반위를 방문해 같은 이유로 적합업종 해제를 건의했다. 조영제 연합회 회장은 “동반위가 우리에게 한 번 물어보지도 않고 두부를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애꿎은 농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당장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2011년 11월 판두부(사업 철수)와 포장두부(사업 확장 금지)가 중기적합업종에 묶인 이후 대기업의 콩 수매량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과거 연간 2만t에 달하던 이들 기업의 국산콩 구입량은 1만t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부 제조 중소업체들은 수입콩을 사다 쓰고 있고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일부 대기업까지 값싼 수입콩에 눈을 돌리면서 국내 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두부시장 규모도 대기업들의 마케팅 축소 등의 여파로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2011년 전년 대비 14% 증가했던 국내 두부시장 규모는 2012년 4.4%로 증가세가 주춤한 데 이어 올해는 3%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농식품부의 적합업종 해제 요청에도 동반위의 수용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동반위는 선결조건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합의를 앞세우고 있지만 중소업체들이 적합업종 지정 취소에 동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콩 수매 요청을 받은 대기업들도 난감해 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기적합업종 규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콩을 더 사들이라고 하니 당혹스럽다”며 “판로가 뚫리지 않으면 콩은 그대로 창고에서 썩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현실적으로 기업들의 이 같은 어려움을 외면하기 어려워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주로 국산콩을 재료로 사용하고 중소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수입콩을 쓴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경쟁관계도 아닌데 이를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시장이 엉망으로 헝클어졌다”고 말했다.

고은이/강진규 기자 koko@hankyung.com